1개업체 혼자 국내 전체배출량의 6분의1 가까이 배출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전국에서 가장 많은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업체는 전남 여수에 위치한 한 대기업 화학공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조사 결과다. 3년 연속 '1위'다. 전국 최고의 '발암 배출 공장'이라는 오명을 정부로부터 3년 연속 '공인'받은 것이다.

전체 발암물질 배출의 7분의 1 이상 혼자서 배출

환경TV가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를 분석한 결과,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는 전국 3435개 사업장에서 2013년 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지정한 1급 발암물질 11종을 348톤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위로 지목된 업체는 5만4403㎏의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 업체의 배출량(2만4237㎏)의 2배를 넘는 '압도적' 1위다.

3400개가 넘는 조사대상 업체들이 배출한 전체 1급 발암물질의 6분의 1 가까이를 이 업체 혼자서 배출한 셈이다. 2만4237kg을 배출한 울산의 또다른 대기업 케미칼 공장의 배출량까지 더하면 이 두 업체가 조사대상 전체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의 5분의 1 이상을 배출했다.  

더 큰 문제는  1위를 차지한 업체의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연간 4만368㎏이던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은 2013년 5만4403㎏으로 3년만에 34.8% 늘었다. 

정부가 화학물질 관련법을 정비하고 업체들과의 자발적 협약 등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려고 하는 와중에 이 업체는 오히려 발암물질 배출량을 늘려온 것이다.

 

해당업체 위치한 전남도, 광역단체 발암물질 배출 1위

이 업체의 1급 발암물질 배출 1위는 해당 지자체와 광역 자치단체 모두 지자체 1급 발암물질 1위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여수시에서 나오는 1급 발암물질은 2013년 기준 11만7756㎏으로 한 도시에서 10만㎏ 이상의 1급 발암물질이 배출된 도시는 여수가 유일하다.

전남도 역시 2013년 기준 1급 발암물질 배출량 전국 1위 광역단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2007년부터 7년 연속 1위다. 연간 12만2736㎏을 배출했다. 절대 다수인 95.9%가 해당 공장이 있는 여수시에서 나온 셈이다.

발암물질 '감축 협약' 맺고도 배출 증가..왜 그런가 봤더니..

이 화학 공장은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2012년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1,3-부타디엔'을 줄여가기로 했다. 1,3-부타디엔은 타이어의 원료 물질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협약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 공장에선 원래   1,3-부타디엔을 별로 배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순 없지만 주 원인을 놔두고 엉뚱한 감축 협약을 맺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 화학 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장 많은 1급 발암물질은 PVC 재료 등으로 사용되는 염화비닐이다.

염화비닐은 국제암연구소뿐만 아니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도 최고 발암성 등급 A로 분류한 물질이다. 이 화학 공장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배출한 염화비닐은 5만1325㎏이다. 이 공장에서 배출한 1급 발화물질의 94.3%가 염화비닐인 셈이다.

염화비닐 배출량도 대폭 증가 추세다. 2010년 3만4202㎏인 염화비닐 배출량은 3년 사이 50.1%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다. 

 

직원들에 대한 발암물질 관련 정밀 역학조사도 없어 

미국 독성물질 질병등록국(ATSDR)은 "장시간 염화비닐을 흡입하면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인체역학자료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의 37개 설비에서 염화비닐 등의 발암물질에 직업적으로 노출된 1만109명의 근로자들에게서 소화기계, 뇌 등의 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염화비닐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염화비닐은 주로 간에서 발암성 작용의 원인이 된 독성물질로 여러 연구에서 염화비닐이 간암과 뇌암, 폐암 및 림프계와 혈액 조혈계의 악성종양과 같은 여러 종양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당 화학 공장은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에 대한 정밀 역학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지만 염화비닐 관련 역할 조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수환경운동연합은 "해당 화학 공장 및 협력업체 임직원에 대한 1급 발암물질 건강역학조사가 시급하다"며 "간암 등 직업성 암과 같은 질병을 얻은 직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근 주민들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수환경연합 관계자는 "일인 시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화학 공장에서 배출되는 1급 발암물질 저감 대책 마련과 관련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측은 "배출 기준치 자체를 넘어선 경우는 없으며 발암물질 배출이 늘어난 것은 공장 증설이 주 원인으로 대체 물질 개발 등을 통해 발암물질 배출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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