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다른 부처와 다툼을 일으키며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국내 한 일간지 칼럼에 실린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 대한 표현이다. 환경부는 즉각 반박 설명자료를 내 "(장관이) 정부 내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경우 사전에 충분히 협의·설득·조율하라고 독려하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1일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보면 환경부 해명 보다는 '다툼'을 피했던 쪽에 가까워 보인다. 

11일 오전 정부는 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외교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2030년까지 한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나리오 4개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4개 안 가운데 환경부 안은 없었다.  

원래부터 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인지, '협의와 설득, 조율' 과정을 거치며 환경부 안이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경우든 환경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가장 큰 '환경' 문제 가운데 하나인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대해 결과적으로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대해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환경부 안이 '있다'  '없다' 보다는 내부적으로 조율을 거친 정부 전체의 의견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따라 지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공언한 약속까지 헌신짝처럼 뒤집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인 7억7610만톤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인천 송도 녹색기후기금(GCF) 출범식과 지난해 9월 유엔기후정상회의 기조 연설을 통해 30% 감축 약속을 재확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까지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은 했는지 모르지만 발상을 실행할  '준비'는 아직 덜된듯하다. 

이날 발표에서 임석규 녹색성장위원회 부단장은 예상 배출치 대비 30% 감축안에 대해 "사실상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30% 감축 약속을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임 부단장의 이날 발언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정부 시나리오가 박 대통령의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오늘 발표안에 즉각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공동 긴급 성명서를 내고  "오늘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백지화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무위원회와 함께 공청회 등을 통해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강도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감축안은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한국의 책임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한참 뒤떨어진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세계의 노력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국은 무임승차를 선택해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한 '리마 선언' 10항에는 각국의 감축안이 기존 목표보다 상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발표안은 4가지 안 가운데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이명박 정부 시절 발표된 기존 감축안에 비해 후퇴해 있다.  국제사회의 강도높은 비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팎의 이런 반발과 비난을 무릅쓰고,대통령의 발언까지 뒤집어가며 정부가 감축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데는 관련 업계 고려 등 다 공개하진 못해도 피치못할 사정과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환경부가 제대로 목소리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부처 간에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된다는 말씀이 있으셨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부 관계자가 전한 환경부 장관이 했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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