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상사가 발암물질이 섞인 의약품이나 공업용윤활제를 넣은 가짜참기름을 불법유통시키는 정황을 목격한 부하직원이 이를 세상에 고발했다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또 환경을 파괴하는 폐수방류나, 폭발위험이 있는 불량냉매가스유통과 유류가격담합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같이 공익을 침해한 행위를 안심하고 신고할 길은 없을까.

10월 1일부터 이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저지르는 불법적 비윤리적 행위를 후환없이 신고할 수 있게 됐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익침해 신고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상금도 주고 직장 신분과 비밀의 보장은 물론 신변보호까지 해주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사정당국의 일방적 단속 적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민간 기업 등 다자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력형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폐수방류 유해물질첨가 등의 공익 침해행위들이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용기있게 신고한 의로운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적 보호제도가 필요하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미국 미시건주에서는 1978년 발암물질 약품 유통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후 3년 만에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영국 일본 아일랜드 호주 등지에서도 '부정행위신고자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존슨앤존슨 같은 다국적기업은 종업원이 회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헬프라인(help line)'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신고자는 공익침해행위를 한 소속기업이나 기관에 신고해도 되고 행정기관 감독기관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도 가능하다. 국민권익위에서는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를 이미 가동 중이다.

신고자는 국가나 지자체 등에 수입증대를 가져온 액수에 비례해 최고 10억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음해성 투서나 악의적 고발자 양산을 막기 위해 실명(實名)으로 신고토록 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항도 확실하게 제정됐다.

유해한 식품과 의약품의 제조·유통, 폐기물의 무단매립 및 방류 등 공익침해가 줄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도 시행 그 자체만으로도 자율적인 예방과 관리의 측면에서 큰 상징성을 띤다 하겠다. 이 법이 우리 사회의 공익침해 근절에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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