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자격루가 무너지는 모습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12일 오후, 고향인 대구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제7차 세계물포럼 개막식 환영사를 통해 '측우기'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빗물 관측이라는 앞선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다분한 포석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박 대통령은 참석한 고위 인사들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물시계인 '자격루'가 구동하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눈 앞에서 시동한 자격루는 물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인' 기능보다는 릴레이 끈을 잡은 인사들의 가장 앞에 선 권영진 대구시장 앞쪽으로 기울며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혹자는 이를 '국제적 망신살'로 치부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외교부가 극구 반대한 무대 위 퍼포먼스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라서다.

하지만 이 돌발 상황이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만간 1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고'와 겹치는 상황 때문이다. 무리한 성장주의와 규제 완화라는 급조한 정책 기조는 세계물포럼에 굳이 이러한 퍼포먼스를 넣은 주최측의 의도와 겹쳐 보인다.

옛말에 '급할 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6일이란 짧은 기간에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수를 두는 관행이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 '심정'이 독(纛)처럼 생각됨을 지울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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