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한낮에 콩국수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건강이 최고라며 사시사철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을 챙기는 사람들도 많다. 평균 수명에 비해 건강 수명이 10년이나 떨어지는 형편에서 ‘구구팔팔이삼일’ 무병장수를 추구하려면 슬기로운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여성들은 젊은 여성성을 오래 지탱하고자 여성호르몬이 많다는 콩을 꾸준히 섭취하라는 조언도 받는다. 실제로 도처에서 콩과 두부를 주 메뉴로 영업하는 식당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필자도 몇몇 지자체 장들을 만나 콩 농사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권유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함께 콩밭 일을 해본 경험도 있다. 씨를 뿌려 콩들이 제자리 잡기 까지 초반기에는 잡초를 뽑는 일이 쉽지 않지만 콩잎들이 훈풍에 너울너울 속삭이는 모습은 아름다운 농촌 풍경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농민들은 연로해 가고 외국 콩 수입이 늘어나면서 수지타산이 썩 안좋은 까닭에 콩밭이 기대만큼 넓어지지 않음이 아쉽다.

한국인의 급한 성미에 맞춰 긴 시간 기다릴 필요 없이 콩나물을 길러 콩 대신 먹겠다는 새로운 트렌드가 눈에 띈다. 콩나물 재배 도구와 제조기까지 시장에 나와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박스를 갖다 놓고 채소를 키우는 주부들이 콩나물까지 챙겨서 ‘셀프 안심식단’을 마련한다니 로하스(LOHAS) 문화가 일상화 되는 셈이다.

하지만 콩은 콩을 낳아도 콩나물은 콩나물로 낳지 못한다. 콩은 대자연을 먹고 자라지만 콩나물은 사람이 주는 물을 먹고 그늘에서 반짝 돋는 순이다. 콩나물은 햇볕에선 맥없이 말라 죽는다. 콩은 되로 심으면 말로 거두지만 수북한 콩나물은 단 한 개의 콩도 못 만든다. 콩나물은 콩이 되지 않는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의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는 성공사례다. 천연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가 기적 같은 성공을 이룬 비결은 콩 같은 인재를 키워 온 열성 교육이었다. 콩이 콩나물들을 제치고 우뚝 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우리 사회에 콩나물 형 인간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중장기 비전은 제쳐놓고 속성으로 살아가려는 군상이 몸집을 불리면서 이곳 저곳 판을 좌우하려는 곳엔 미래의 희망을 내다보기 어렵다.

어린 시절에 한문을 통해, 진부해 보이지만 깊은 뜻을 가진 ‘군사부일체(君師父一体)’를 배웠다. 정부와 각급 교육, 가정이 일치된 방향으로 합력해야 올바른 사람,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문별로 영역마다 제각각 편법과 이기적 요령을 좇는다면 온전하고 내강(內剛)한 국가를 이뤄 낼 수 없다. 콩나물형 임직원들이 콩형 기업을 만들 수 없고, 콩 같은 구성원이 대종을 이루는 조직이 그 규모가 크든 작든 번영하는 것이다.

전라도는 콩이 더욱 간절한 실정이다. 다른 곳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시점에서 온 지역 사회가 경계를 넘어 ‘콩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해야 하겠다.

역경을 딛고 훌륭한 소강국(小强國)으로 발전한 이스라엘의 노력과 비전을 소개한 「창업국가(The Startup Nation)」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돈을 써야 할 대상은 많은데 뒷바라지 할 생산력이 취약한 지역에 진정 소중한 것이 ‘충무공의 열두척 정신’이기 때문 이다. 콩나물을 기르는 방식으로는 콩을 소원하는 곳의 미래 비전을 달성할 수 없지 않은가. 전라도가 콩과 콩 인간이 풍성한 진정한 콩밭이 되도록 이제부터 라도 합심합력, 지역 개조의 장정(長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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