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 vs. 하수재처리, 용수 확보의 두 가지 방정식 봤더니

겨울 가뭄으로 한강 유역과 경북 지역 등 곳곳이 용수 공급 고민에 휩싸였다. 사람의 힘으로 비를 조절할 수 없는 만큼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절약하고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상식적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에 본보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사람이 사용하는 물을 공급하는 전통적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대비해 봤다./ 편집자 주


[환경TV뉴스]신준섭 기자 = "갈수기에는 수자원공사에서 부분적으로 단수를 하기 때문에 (공업)용수 등의 부족이 예상됐습니다. 그래서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자가 지난 20일 방문했던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이하 하수재이용시설)'의 건설 취지에 대한 포항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의 철강회사인 포스코에서 필요로 하는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을 기존 댐 시설로는 채울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시공을 담당했던 이창석 롯데건설 부장은 "인근 안계댐의 3배 정도 저수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싸다"고 거들었다.

◇형산강에 버리던 하수, 철강의 '심장'을 식히다
지난해 7월 준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동한 하수재이용시설은 일일 10만톤의 처리 용량을 자랑한다. 포항시 사람들이 하루에 쓰고 버리는 물 중 40% 이상을 다시 쓸 수 있는 물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종두 포항시 맑은물사업소장은 "포항시의 하루 생활하수가 23만2000톤 정도"라며 "이는 하루 20만명 정도가 먹고 사는 양이다"라고 말했다.

하수재이용시설로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대급이라는 게 이들의 자부심이다. 이렇게 생산된 물들은 안정적으로 우리나라 철강 산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포항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에 공급된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운용해 본 결과 포스코에서만 하루에 8만2000톤의 물을 소비한다. 주로 냉각수에 사용한다. 이외 공단 정수장이 일일 8800톤을, 포스코강판과 동국산업이 각각 일일 850톤과 800톤의 물을 공급받는다.

해당 산업체들이 공급받는 공업용수는 포스코 국가산단 전체 수요량의 45%에 달한다. 생활 하수가 끊임없이 나오는만큼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인근 달산댐을 통해 공급받는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공업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한 이 시설은 14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국비 756억원과 지방비 84억원, 여기에 나머지는 20년간 이 시설 운영권을 소유한 민간사업자들이 돈을 댔다.

가격만 보자면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한창 건설 중인 영주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 가격이 줄어든 데는 국산 기술의 적용이 한 몫 했다. 버릴 물을 깨끗한 물로 쓰기 위한 핵심 공정인 '전처리분리막'과 '역삼투시설' 등의 국산화가 진척되면서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예전에는 전부 수입해야 돼서 비쌌지만 지금 역삼투시설의 경우 국산 기술이며 전처리분리막도 국산화가 많이 진행됐다"며 "여과막 등만 잘 교체해 주면 몇십년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놀라운 부분은 이렇게 생성된 물의 수질이다. 과거 인근 형산강에 버려지던 폐수의 수질은 이 두 설비를 거치면서 1급수 수준까지 개선됐다. 먹는 물 수질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공정인 소독이 없기 때문에 마실 수 없다는 점 정도가 단점이다. 환경부하를 줄이는 것은 덤이다.

이 부장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가 각각 0.1과 0.7로 1급수 수준"이라며 "계산해 보면 연간 약 1677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며 형산강에도 약 339.5톤의 BOD 오염부하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시점으로는 다양한 이점을 지닌 하수재이용시설은 구미시에도 9만톤의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갈수기에 맥 못추는 댐, 패러다임 변화 필요해
반면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도맡아 오던 전통적 수단인 댐은 요즘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겨울 가뭄이 심화되면서다.

당장 포항이 속해 있는 경북 지역도 겨울 가뭄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의 지난 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 강수량은 19.8㎜다. 예년 평균 강수량의 19.7% 수준이다. 1972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적은 수치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인근 댐들의 수위도 낮아져만 가고 있다. 경북지역의 댐은 6개의 다목적댐과 4개의 용수댐을 합해 모두 10개다. 여기에 환경 파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영주댐까지 합쳐지면 11개가 된다.

영주댐을 제외하고 가장 저수량이 많은 안동댐의 경우 지난해 평균 저수량이 4억9300만㎥에 불과했다. 1976년 건설된 안동댐의 평균 저수량은 5억1700만㎥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줄어 든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북 안동시 임하댐과 군위군의 군위댐도 지난해 평균 저수량이 각각 1500만㎥, 1억8900만㎥로 예년 평균인 1700만㎥, 2억1300만㎥에 미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결국 10일 단위로 저수 기준량을 산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앞서 물을 비축하는 조치까지 시행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한반도의 봄·겨울 가뭄은 향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물 부족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을 국가 단위에서 다시 한 번 판단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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