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총평, 보 안전 조사는 '부실', 생태 부분은 원래 '부실'
경제성 분야는 아예 평가 대상서 빠져…책임 소재 역시 '흐지부지'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로 출범한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가 1년여만에 평가를 내놨다.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22조원이라는 '들인 돈'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고 영향은 너무 크다.

특히 보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조사의 근간이 되는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또 다시 의혹을 양산하는 모습이다.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진행된 조사위 기자회견은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등 조사위가 전체 4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 조사·평가 순서대로 진행됐다.

20여 차례의 수중 조사를 포함, 모두 240회의 현장 조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다.

◇수자원 부문: 파이핑·구조물 부실 건축 의혹 여전…보 위치 선정은 평가 못해
첫 순서였던 수자원 부분의 쟁점은 소위 보에서 물이 새는 '파이핑' 현상과 보 안전성, 그리고 보를 해당 지역에 설치한 이유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파이핑의 경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선 파이핑 문제에 대해 조사위는 전문잠수부를 투입해 유출수 상태와 유출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9개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구미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백제보에서 물이 새는 파이핑 의심 현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파이핑 현상이 아니라는 게 최초의 설명이었다.

파이핑 부분을 담당한 이광열 동서대학교 토목건축공학부 교수는 "수중 조사를 통해 누수를 발견했을 뿐 파이핑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대량 누수 현상으로 아예 수중조사조차 못한 구미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잠시 후 말을 바꿨다. 파이핑 현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다.

이광열 교수는 "파이핑이다 아니다 단정은 못 짓는다"며 "상류 수위로 인해 기초지반에서 물이 올라오는 게 파이핑인데, 세부 조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결국 이광열 교수는 "주어진 시간, 주어진 예산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이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보 구조물 시공 자체의 부실 가능성도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를 보면 16개 보 중 한강 여주보와 낙동강 낙단보를 제외한 14개 보가 모두 콘크리트 구조기준 상의 내구성 설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콘크리트 압축강도 기준(27MPa)을 충족하지 못했다. 수문을 떠받치는 기둥 역시 14개 보가 기준 미달이다.

이처럼 설계될 경우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보의 유지 보수 비용도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 중 1인인 최동호 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에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구조물이라 기술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럴 경우 수명이 단축되고, 유지보수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개를 먼저 만들어보고 후에 만들었으면 '반면교사' 삼아 더 잘 만들었을텐데 한 번에 만든 게 화근"이라며 "그러나 보가 무너질 정도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6개 보의 위치 선정에 대한 자료가 아예 없다는 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위원회는 국토교통부 등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해당 자료가 아예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 위치 선정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가뭄 등의 해결을 위한 '수자원 확보'라는 이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통한 실제 확보 수량은 11억7000만㎥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 직접 공급 가능한 양은 약 11.3% 수준인 1억3200만㎥에 불과하다. 과거 최대 가뭄이 발생한 지역과 보 건설로 수자원이 확보된 지역이 서로 달라서다.

공동위원장인 배덕효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신규 4대강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기존 사업의 적절성을 평가했다"며 "그래서 모른다"고 해명했다.

위원인 주기재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국가가 수조원의 예산을 통해 보를 어떻게 둘 건가는 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데 위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환경 부문: 장기간 모니터링 필요…인 농도 지적
이어진 수환경 부문의 쟁점은 녹조 발생 현상과 4대강 사업의 관계, 그리고 생태계 영향 등이었다.

우선 녹조 발생 현상의 문제의 중심에는 느려진 유속과 인(Phosphorus) 농도를 지적했다.

공동위원장인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교수는 "체류시간과 인이 주요 요소"라며 "소양호의 경우 인 농도가 낮아서 (정체돼도) 녹조 현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보를 건설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해 가상 측정을 해 본 결과 16개 보 구간 중 4대강 사업이 없어도 인 농도가 높아지는 구간은 50%인 8개 보였다. 일정 부분 성과는 있었다는 얘기다.

김범철 교수는 "한두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간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생태계에 미친 영향 평가는 최악의 결론이 도출됐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평가까지 내려졌다.

주기재 교수는 "요약하면 총체적 부실이다. 마스터 플랜 상에서 생태복원, 생태축 고려, 생태벨트 등 다양한 부분이 제시가 됐는데 환경영향평가가 20~30일 정도로 단축돼 실시됐다"며 "4대강은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부실 이유로는 이원화된 관리 체계가 지적됐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따로국밥'이었다는 얘기다.

주기재 교수는 "마스터 플랜은 '복복단면(위아래 경사를 서로 다르게 하는 방식)'인데 도시나 시골의 생태공원이 다 똑같다"며 "사업이 턴키 베이스로 진행됐고 컨트롤 타워에서 지역별 안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농업-문화관광 부문 : 4대강과 상관없는 곳에 저수지 설치…자전거길 이용률 최저

▲ 4대강 사업과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진행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출처=4대강사업조사평가위

 

농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4대강 본류와 상관없는 지역의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화두로 올랐다. 4대강 예산이지만, 사실상 4대강과 전혀 무관해서다.

조사 결과를 보면 둑높이기 사업 실시 저수지는 모두 110곳이다. 가뭄이 심할 때 저수지에서 물을 공급받기 위해 수자원을 더 확보한다는 국토부위 취지다.

문제는 이 110곳 중 4대강 내에 위치한 곳은 93곳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17곳은 4대강과 전혀 상관 없는 지역이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도 4100억원에 달한다.

담당 위원인 김진수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교수는 "사실 4대강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고 본다"며 "가뭄 시 가뭄 대해 능력 등을 봤을 때 사실은 본천 사업하고는 관계가 약하다"고 말했다.

문화관광 분야는 자전거길 문제가 지적됐다. 조성된 대부분 시설의 이용률이 낮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그 중에서도 자전거길은 국내 자전거 이용 시간의 1%에도 못미쳤다.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자전거 이용객의 연평균 이용횟수는 31.4회다. 하지만 이를 우리나라 국민 전체 참여 비율로 보면 0.15%에 불과하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실 경제성 분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불확실한 요소가 있어서 제외했다"며 한계를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컸다는 평가다. 게다가 조사를 통해 정부에 제시된 안들은 보 보수 등 또다시 예산을 투자하라는 요청만 담았지, 해당 예산을 낭비하게 만든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위원회는 "'일정부분 성과'라는 단어를 넣는 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직후 환경단체들은 발표에 대해 실망했다는 점을 밝히며 보고서와 관련해 오는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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