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초제란 말 듣고 묵묵히 일했다"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 드럼통을 묻었다는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968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있었던 고엽제 살포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많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5일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1968년 주한미군의 '식물통제계획 1968'에 따라 강원 화천·양구·인제·철원 등 동부전선 DMZ 일대에 8800여 드럼의 고엽제를 살포했다. 당시 미군은 관리감독만 맡고 살포작업에는 한국군 1군사령부 소속 군인 3,345명이 투입됐다.

고엽제 살포는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DMZ 인근에 우거진 수목을 제거해 전방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DMZ 고엽제 한국군 피해자인 박금만(68)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고개를 들면 이북은 숲이 꽉 우거져 있었는데 우리 쪽 505고지, 506고지로는 그 숲이 끊기고, 맨송맨송한 언덕에 수십, 수백명의 병사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고엽제를 뿌리곤 했다"며 "풀 못나게 하는 제초제라는 말만 듣고 다들 묵묵히 종일 일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가 ‘식물통제계획 1968’에 따른 고엽제 살포 피해보상 미군의 범위를 최근 2년 이상 더 늘렸다. 미국 정부는 당초 피해보상 미군의 범위를 1968년 4월1일부터 1969년 7월31일까지 DMZ에 근무한 군인을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올해초 범위를 1971년 8월31일까지 확대한 것이다.

‘식물통제계획 1968’에 따라 DMZ 일대에 고엽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이 1995년 미 상원을 통해 처음 확인된 이후 한·미 양국은 1968년 4월15일~5월30일, 1969년 5월19일~7월31일까지 두 차례 고엽제 살포가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미 정부가 고엽제 피해 대상을 1971년 8월말 근무 군인까지로 확대하자 일각에서는 1969년 7월말 이후에도 DMZ에 계속 고엽제가 살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혜진 기자 wkdgPwls@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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