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 스크린샷.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환경TV뉴스] 정택민 기자 = "개복치가 그렇게 잘 죽나요?" "내 페이스북을 봐. 이건 뭐 '유리멘탈(예민하거나 나약한 정신력을 일컫는 은어)'이야"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 대화는 실제 개복치가 아니라 스마트폰용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에 대한 이야기다.

이 게임은 과거 화제가 된 바 있는 게임 '다마고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복치에게 먹이를 먹이고 모험을 시켜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SNS 연동 기능이 있어 개복치의 상태가 변할 때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캡처 이미지와 설명을 자동으로 등록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개복치가 너무 쉽게 죽는다는 것이다. 빨리 성장시키고 싶어서 먹이를 많이 먹였더니 소화를 못 시켜서 죽고, 양을 조절해서 먹였더니 이번에는 새우 껍질이 식도를 찔렀다며 죽는다.

기자에게 개복치에 대해 성토한 지인의 페이스북을 들여다 봤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불과 며칠 사이에 '돌연사'한 개복치 이미지와 설명들이 잔뜩 등록돼 있었다. 죽은 이유도 물이 차가워서, 아침해가 너무 강해서, 먹이를 먹고 탈이 나서 등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개복치가 쉽게 죽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자 인기 요인이다. 이 게임은 일본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200만건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25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으며 인기 무료 앱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처음에는 개복치가 죽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10번 정도 죽고 나니 어느새 '어떻게 얘를 죽일까'를 고민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플레이스토어 사용자 평가 중에는 개복치가 죽는 게 귀여워서 일부러 돌연사를 시킨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심지어 플레이스토어의 게임 설명란에는 '죽는 것이 쾌감인 개복치의 무료육성 게임'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이처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부가적인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게임 속 개복치의 돌연사 이유가 실제 개복치의 사망 원인으로 포장돼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유리멘탈 개복치'라는 제목으로 개복치의 사망원인 13가지가 적힌 이미지가 돌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사망원인 13가지는 바로 게임에서 봤던 개복치의 돌연사 이유들이었다. 13가지 사망원인은 다음과 같다.

▲아침햇살이 강렬해서 사망
▲바닷속 공기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사망
▲바닷속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쇼크로 사망
▲바다거북과 부딪힐 것을 예감하고 스트레스로 사망
▲근처에 있던 동료가 사망한 것에 쇼크 받아 사망
▲동료가 사망한 장면을 목격한 스트레스로 사망
▲피부의 기생충을 떨구려고 점프했다가 수면에 부딪혀 사망
▲민첩한 선회를 할 수 없어 바위에 부딪혀서 사망
▲너무 깊이 바다 아래로 내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
▲수면 근처에서 일광욕 중에 갈매기에게 쪼여서 사망
▲자고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육지로 떠밀려서 사망
▲물고기 뼈가 목구멍에 걸려서 사망
▲새우나 게를 먹다가 껍질이 내장을 찔러서 사망

정말로 이같은 이유로 개복치가 죽을 수 있을까? 이동우 국립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장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부정했다. 

개복치의 영문명은 '선피쉬'(Sunfish)로, 물 위에 떠다니면서 햇빛을 쬐는 것을 좋아해 붙여졌다. 따라서 햇빛이 강렬하거나, 염분이 피부에 스며 쇼크로 죽는다는 등의 내용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 과장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일광욕 중 갈매기에게 쪼이는 일 정도는 실제로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개복치가 물에 뜬 비닐을 해파리로 오인해 먹고 질식사하거나 배에 부딪쳐 죽을 확률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개복치를 전시한 바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백건우 홍보팀장은 "개복치가 해당 원인으로 죽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그 때문에 100% 죽는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도 체질이나 성향이 저마다 다르듯 개복치도 개체마다 나타나는 특성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복치가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는 점은 게임과 비슷하다. 실제 2001년 11월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강원도에서 포획한 개복치 3마리를 전시했지만 적응 실패로 4일만에 모두 폐사하기도 했다. 부산 아쿠아리움도 2004년에 개복치 1마리를 전시했다가 6일만에 폐사했으며, 아쿠아플라넷에 전시된 개복치도 현재는 폐사한 상태다.

이후 부산 아쿠아리움은 2011년에 개복치를 일본에서 다시 들여와 현재까지 전시를 지속하고 있다. 전시에 앞서 사육사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개복치 사육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또 개복치가 수조의 벽이나 장애물에 부딪치면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수조를 모서리가 없는 둥근 모양으로 제작했다. 개복치가 수조 벽에 닿지 않도록 설치한 비닐 구조물 외에는 내부에 어떤 장식물도 넣지 않았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도 개복치를 들이면서 벽에 비닐 구조물을 부착했으며, 빛을 차단하기 위해 관람용 구멍만 뚫은 가림막으로 수조를 덮는 등 스트레스 예방에 신경을 썼다.

이처럼 예민한 개복치지만 의외의 면도 있다. 개복치의 주식은 플랑크톤이나 소형 어류, 부유성 갑각류, 해파리 등이다. 이중 해파리는 맹독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여러 생물에게 치명적이다. 개복치는 바다거북과 더불어 이런 해파리를 주식으로 삼는 몇 안 되는 생물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현재 부산 아쿠아리움에서만 실제 개복치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개복치가 빛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플래시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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