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환경TV가 만난 사람들①]이브라힘 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
"자연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자연을 필요로 한다"

▲ 이브라힘 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가 '강원선언문'과 '평창로드맵' 등을 채택하고 끝맺었다. 하지만 앞으로 2년간 의장국을 맡게 될 한국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CBD 의장국으로써의 한국 그리고 한국국민들에게 세계가 바라는 모습이 무엇일지, 평창에서 진행된 열띤 논의의 중심에 있었던 국제사회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이브라힘 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
②줄리아 마튼 레페브르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사무총장
③이보 드 보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④크리스티앙 샘퍼 야생동물보전협회(WCS) 회장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에 전세계가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은 '강원선언문'이 채택된 직후, 장시간 동안의 회의를 마친 이브라힘 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을 만났다. 훤칠한 키의 그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CBD 당사국총회 고위급회의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추 사무차장은 "2년전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겠다고 했던 공약들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후대에 좋은 미래를 남겨 줄 기회를 잡은 게 성과"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강원선언문의 주 내용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의 주류화'와 관련, 일반인들이 생활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서비스들이 그 일환이라는 설명을 이었다.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한 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추 사무차장은 "단순히 나무·조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생물다양성은 마실 물이자 공기, 식량, 물고기, 우유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물다양성이 우리 삶의 근원을 얼마나 지탱해주는지 이해해야 한다"며 "자연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자연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까지 의장국을 맡게 된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추 사무차장은 "한국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아주 훌륭한 사례"라며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황무지였던 곳이 지금은 숲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은 가장어려운 문제를 타개하는 방향을 보여 준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거듭 나 독특한 사례인만큼 앞으로도 이 변화를 주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단상 "필요와 공급의 균형 잡아야"
이번 CBD 당사국총회 고위급회의 내용 중 독특한 부분은 '생물다양성과 창조경제'를 논한 점이다. 한계를 보인 현 국제 경제 상황의 대안을 찾는 것이 화두인 시점에서 나온 의제다.

녹색성장처럼 국제사회의 화두로 평가되지는 않았으나, 창조경제에 요구하는 바는 있었다. 바로 '자원'에 대한 필요와 공급의 균형이다.

추 사무차장은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자원을 사용할 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우리의 관점을 달리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새로운 방법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우리가 더 많이 소비하고 있지 않은 지 살펴보고 필요와 공급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우리 소비 패턴대로라면 지구가 1.5개 필요하다. 대안적인 경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우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온 고찰이다.

추 사무차장은 "어떤 때는 우리가 필요한 양보다 많은 소비를 하는데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그럴 때도 있다"며 "대기·환경·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 지 스스로 묻기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각국 의견차이, 당연한 것"…"대기업들의 참여 필요"
2주간의 CBD 당사국총회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항은 재원 마련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 사무차장은 개별 국가에서 공여하는 기금보다 생물다양성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사무차장은 "각국 입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긴장·의견차이는 당연하다. 다만 국제회의를 더 높은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원을 사용하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재원을 기부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자원을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과 관련해 그는 지난 12일 발효된 생물유전자원의 이익공유 등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의 의미를 언급했다. 기업들은 나고야 의정서 비준국의 생물자원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 경우 이익의 일정 부분을 해당 국가에 지불해야 한다.

추 사무차장은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이 협력해서 생물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역시 중요한 문제로 들었다.

그는 "개도국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역량이 부족한 국가도 있기 때문에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며 "단 하나의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공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가종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모리타니에서 태어난 이브라힘 추는 자국 지역개발부 공무원으로 10년간 근무한 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으로 자리를 옮겼다. 15년간 IUCN에 몸담다 UNEP에 새 둥지를 튼 이후 2013년 8월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UNEP 사무차장으로 임명했다. UNEP 사무차장 직을 맡기 직전에는 UNEP 환경정책이행국(DEPI)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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