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학물질사고 취약한 노후 산업단지 3개월 전 파악하고서도 손놔
김제남 의원, "환경부 주도력 약하고 유관 부처는 관심과 역량 안 쏟아" 지적

▲ 전국 대형사고 위험 산업단지 분포도 = 출처 김제남 의원실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 22일 유독물질인 염소산나트륨이 유출되면서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인천 남동공단을 비롯, 전국 8개의 산업단지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업체들이 유독물질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5월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이달까지도 별다른 추후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동공단 사고가 인재라는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정의당)이 27일 공개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노후산업단지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남동공단은 이미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가장 취약한 공단으로 분류된다.

지난 5월 발표된 해당 보고서는 전국 18개의 노후 국가산단 시설물 등을 진단했다. 그 결과 남동공단 소재 19개 업체 모두 유해화학시설의 관리가 부실했다. 업체별로 평균 7.4건의 관리 기준을 위반했다.

남동공단에 이어 시화공단(4.6건), 여수공단(2.9건), 구미공단(2.8건), 반월공단(2.6건) 순으로 위반 건수가 높아 화학사고에 취약하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지역들에 유독물질 저장고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반월공단은 5만6806톤의 유독물질이, 여수공단과 시화공단은 각각 1만5138만톤과 9394톤의 유독물질을 보관 중이다.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 불산 사고의 경우 20톤 탱크로리에서 유출된 불화수소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모두 대피하고 1890명이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각각의 공단이 화약고로 불리는 이유다.

대형 폭발이나 화재 사고에 대해서는 반월·온산·명지녹산·여수·울산미포공단 등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드러났다. 해당 5개 공단에 소재하는 38개 위험물 취급업체들은 모두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상태다. 이중 반월공단과 여수공단은 화학물질관리까지 부실한 상태다.

화학물질 안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역시 난감한 실정이다. 제도를 통해 화학물질 안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관리자들의 실수까지 모두 담보할 수 없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역량이 결국 사고 발생의 근본적 문제"라면서 "열악한 개별 업체의 담당자들에게 관리 규정을 계속 늘려가면서 모두 다 지키라고 강요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또한 환경부를 제외한 타부처의 방관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당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정부가 산단에 6개 방재센타를 설치했지만 환경부 주도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유관 부처가 관심과 역량을 쏟고 있지 않다"며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것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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