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환경운동연합 건물은 모래밭 한 가운데 피어난 풀꽃 같다.

옹기종기 자라난 풀밭 사이로 15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버티고 선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의 주인공은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제일 좋아하는 시가 뭐냐는 물음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거침없이 낭송하던 김 사무총장의 모습은, 오랜 세월 키를 낮추고 억세게도 척박한 모래밭에서 소박한 꽃망울을 틔워온 풀꽃의 은근한 모습을 닮아있다.

김종남 사무총장은 운동가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 모두 시민들의 지지와 함께했다고 회고한다. 거침없이 추진해온 환경운동에 아낌없는 지지와 관심으로 값진 결과물을 이뤄냈을 때가 어느 때보다 보람됐지만, 사회적 이슈에 묻히고, 정치적 색깔에 휘둘리며 시민들의 지지조차 철회되던 시절의 쓴맛은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특히, 참여정부로 들어서면서 환경운동이 친 정부적 성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환경운동연합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시민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시민운동가로서 살아가겠다는 김 사무총장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자연 에너지를 예로 들었다. 원전을 줄이고, 모자란 에너지는 조력과 풍력 등의 자연 발전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시민 실천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시민들이 전기사용의 제약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 사무총장은 단호하게 원전을 서울에 짓자고 제안했다.

국토의 외진 곳, 농민과 어부들의 고향에 원전을 갖다놓고 나 몰라라 전기만 펑펑 써 댈 것이 아니라, 1천만 명의 국민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고 있는 서울에 원전을 짓는 것이 혜택을 누리는 시민들이 보전의 의무를 갖는 것이며, 원전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당장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환경전문 매체 환경tv가 김종남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Q. 먼저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

A. 1982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던 시절, 민주주의와 함께 산업화에 의한 공해문제가 같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 어렵겠다, 아니 생존조차 위협받을 수 있겠다 생각한 사람들이 공해문제 연구소를 구성했고, 온산과 울산 등 대규모 공단의 환경문제를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대 정부활동을 시작했다.
86년 공해추방청년회 시민협, 88년 공해추방운동 시민연합을 거쳐 1993년 대중적 환경운동을 표방하며, 서울, 대구, 울산, 목포, 광주, 부산연합이 함께 전국 환경연합을 창립했다.

Q. 지금까지 이룩한 환경운동의 결과물 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사업은?

A. 70~80년대 산업화 추진으로 국가차원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환경적 고려를 하지 않다보니, 80~90년대 환경운동은 대부분 개발반대운동이 주를 이뤘다.
댐 건설, 갯벌매립, 스키장, 골프장, 콘도건설, 대규모 산림파괴 등 현안이 매우 많았고 전국적 개발과 환경 갈등도 많았다.
아무래도 성공한 운동의 기억이 좋으니 동강댐 건설반대운동으로 동강댐 건설계획이 백지화되고 동강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가 보전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댓가로 새만금 해안매립이 더 속도를 낸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Q. 무엇보다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다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많을 텐데 어려움은 없나?

A. 살림은 전국의 3만여 회원이 매달 후원하는 회비로 꾸려가고, 지역연합은 자체회비로 운영하며 전국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활동한다.
환경연합 중앙은 전국네트워크-국제협력-지역활동 지원과 함께, 중앙정부의 반환경 정책을 감시하고 시민대안을 갖고 활동하는 조직으로, 민감한 주요현안에 대응하고 있는데 활동자금이 부족해 늘 허덕이고 있다.

Q. 최근 번역 발간한 ;생수 그 치명적인 유혹‘을 보면 우리가 생수를 얼마나 맹신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들이 있나?

A.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것이고, 점점 늘어난 생수산업이 지하수를 퍼내 지하수 부존량을 감소시켜 농업용수나 산간지역 등의 물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다.
생수가 음용수로 보편화되면 강물을 깨끗하게 보전해서 물 마시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고, 그러면 깨끗한 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이 높아져 물 값이 오르고 민생을 어렵게 한다.
강원도의 물을 퍼내 수도권 시민이 매일 편하게 마시는 것은, 환경적으로 정의롭지 않고 온실가스 저감에도 부정적이다.

Q.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운동연합의 감시활동이 활발한데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가장 큰 문제는 끝도 없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4대강의 생태계와 수질을 말살시키는 수준으로 버려놨으며, 홍수에 대비한 치수대책으로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 공사가 정부가 주장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데, 복사판인 포스트 4대강 사업을 300여개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에서 또 벌이려한다는 것, 그보다 더 큰 4대강 뉴타운과 관광특구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은, 토건세력과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 밀어붙이기가 극에 달해 있다는 반증으로 두렵기까지 하다.

Q. 또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고 궁극적인 해법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A. 고리1호기가 가동되고 신고리가 가동되기까지 30년간 650건 정도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로 계통이 절반, 전기 등 2차 계통이 절반정도 사고가 난다고 한다.
이들 원전의 안전성을 기술관료와 원전전문가가 장담하지만 그들이 사고를 막아줄 수 는 없는데다, 21기 원전안전성을 한 달간 진단했다 하지만, 그 내용과 결과를 보면 우리 원전이 정말 안전한지 의심이 더 커진다.
고리1호기의 경우 안전하다고 재가동을 두 번이나 결정했는데, 원자로 내적 결함은 개선되지 않아 사고위험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 수명연장 후 핵폭발사고가 터진 점을 유념해야한다.
전력원 중 원전비중 줄여나가자는 것이고, 2030~2040년 사이 원전의 절반정도를 줄이는 대신 태양, 바람,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교체해야한다.
대기전력만 줄여도 수명을 다한 고리 월성 원전2호기는 폐쇄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생가능에너지가 경제성이 점점 좋아진다는데, 햇빛과 바람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Q. 원전 대체에너지로 언급되는 자연에너지의 경우 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의 여지를 안고 있는데 자연과 에너지의 공존 가능하다고 보는가?

A. 물론 가능하다.
도시가 에너지와 전기를 많이 쓰면서 거리가 먼 산간이나 농촌에 집단 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문제다.
바람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태양발전은 도시지역의 건축과 구조물 속으로 가져올 수 있으며 그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에너지 소비처에 전력원을 설치해 송전비용과 열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할 것이고, 농촌지역은 마을단위의 에너지원 개발로 에너지 자립형으로 설계하면 좋다.

Q. 얼마 전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파동 이후 매몰지 관리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농민보상이나 침출수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A. 생계가 막막해진 농민에 대한 생계대책은 필요한 것이다.
구제역 파동이 농민 탓이라는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으며, 구제역 예방과 방역을 철저히 하지 못한, 혹은 가축전염병 예방형 축산정책을 선진화하지 못한 정부의 과실이 큼으로 농민생계보상은 필요하다.
문제는 침출수 문제인데 동물사체가 부패하면서 인근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심각해지고, 생수공장과 마을주민의 음용수가 위협받는 등, 각종 병원균과 세균이 여름철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어 걱정이다.
4천여 곳의 매립지 중 문제가 심각한 1천여 곳은 발굴해 재처리하고 매몰지는 폐쇄하는 것이 더 큰 희생을 줄이는 일이다.

Q. 삼성 기름유출사고가 난지 3년이 지난 지금 대법원이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앞으로의 후속처리문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A. 삼성의 배상책임을 법적으로 매우 작게 제한했는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파괴한 것과 서해 바다의 생태적 복원을 위한 삼성의 책임을 분명하게하고 배상액을 늘릴 것이다.

Q. 복잡다단한 환경문제 속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다 하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는데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회원과 시민의 지지와 격려다.
시민운동가는 시민의 지지를 먹고산다.
순간 지치고 힘든 때가 적지 않지만 환경연합을 믿고 지지하는 시민이 있는 한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Q. 지금까지 환경운동을 펼쳐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위기의 순간은 언제인가?

A. 아무래도 주장하는 것이 실현됐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고,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던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
열정을 다해 환경운동을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지만, 그런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Q.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풀뿌리지역조직의 왕성한 활동이 눈에 띄는데, 지역조직과의 튼튼한 연대의 비결은 무엇인가?

A. 지역연합은 환경연합의 구성원이고 협력해서 일을 해나가야 지역이든 전국이든 일이 해결되는 구조다.
서로 돕고 지원하지 않으면 운동성과가 나지 않는다.
지역에서 필요한 정보와 인적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전국적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이 적극 협력하는 조직의 통일성 운동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Q. ‘지구의 벗’ 이나 ‘그린피스’와도 국제연대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비전은 무엇인가?

A. 국가와 기업에 의한 반환경적 자연개발대응, 기후변화대응, 열대우림과 숲 보전 운동, 생물다양성 보호운동 등을 공동보조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협약 이행촉구 국제연대와 자연보전 활동연대가 주된 활동이다.

Q. 깨끗하고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앞으로의 사업계획과 중장기적인 계획은?

A. 2012년은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시작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환경운동연합이 환경운동의 맏이로써 운동을 열어왔으며, 30년 동안 많은 지역과 풀뿌리 환경운동, 주민환경운동이 시작되고, 지역에서 세상을 바꾸는 흐름이 형성됐다.
녹색자치, 생태적인 복지는 작은 규모의 공동체가 유지되는 곳에서 사회,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이 생태적으로 재구성 복원될 가능성이 더 크다.
지역 환경운동, 주민환경운동으로 지역사회를 생태화하고, 행복한 녹색자치를 체험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요구부터 정치를 녹색화하는 일을 추진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환경전문매체 ‘환경TV에 바라는 점이나 방송의 역할에 대해 한 마디.

A. 도시와 자연의 분리, 돈과 생태적 감성의 격리가 생태적인 국가는 만드는 데 장애물이다.
산, 강, 들에서 뛰어논 경험이 있는 세대가 국토보전 자연환경보전에 더 크게 공감하고 참여한다.
시민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깨우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 지구에 이롭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주요한 환경이슈의 심층보도로 국민들의 환경인식을 확장해주기를 바란다.
주류미디어의 이념편향이 사회이슈를 국민관심사에서 분리하는 현상을 지난 3년간 충분히 경험했다.
환경을 기치로 내걸었으니 제대로 된 잘못된 정책은 비판하고 대안을 분석해 제시하고 대안그룹을 전면화하는 환경미디어로 자리잡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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