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엿 세례'를 받아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칼럼]'엿 세례'를 받아야 할 곳은 따로 있다
  • 김기정(발행인)
  • 승인 2014.07.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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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한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엿이 던져졌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간단한 귀국보고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시작하려는 찰나, 한 축구팬이 “이게 너희들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다. 엿 먹어라”라며 선수단에게 엿을 던졌다고 한다. 알제리전에서 한 골을 터뜨렸던 손흥민(22・레버쿠젠)은 “우리가 엿 먹어야 하나요...”라며 탄식했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난 4년간 투입된 국가예산이 적지 않다.

돈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 8강을 향한 간절한 기대감, 새벽잠 설친 응원전 등 유무형의 비용까지 모두 생각한다면 홍명보호의 성적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엿 투척까지는 지나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몇몇 스포츠전문기자들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을 비롯해 준비되지 않은 아시아국가들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에 이제야 제대로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은 홍명보호에는 엿 투척보다 더 뼈아픈 모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진짜 ‘엿세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침몰 직전과 직후에 생존자 구조는 고사하고, 가라앉은 지 두 달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11명의 실종자를 건져내지 못하고 있는 이 무능한 정부당국이 우선 엿 세례를 받아야 한다. 너무나 많은 지적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더 보태기가 싫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확인된 당국의 재난대응능력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수준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단 한 치도 나을게 없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가 타들어가든지 말든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국정조사 특위 꾸리는데 허송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예 엿을 한 바가지씩 쏟아 붓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표자들이 맞나 싶을 뿐이다.

국가개조의 주역을 맡을 국무총리 후보자를 두 번이나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또 어떤가? 대한민국에 총리 후보자 하나 없다는 게 납득이 되는가? 전국의 엿장사들이 일제히 엿가위를 치며 웃을 판이다.

엿을 먹이고 싶은 경우가 어디 이처럼 큰 국가적 사안뿐이던가?

대통령이 규제개혁하자니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규제조차 다 풀어버리겠다는 환경부 등 일부 부처의 ‘무개념’도 그 가운데 하나다. 환경부의 업무는 규제를 속성으로 하고 있고, 그 끈을 끝까지 잡아당겨야 한다. 환경부가 입에 달고 사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규제를 더욱 팽팽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규제도 있겠으나 이렇게 규제의 보따리를 다 풀어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나저나 도처에서 엿 세례가 늘어날 것만 같은데, 차제에 친환경 엿 공장이나 하나 차리자고 해야겠다.

(2014.7.1)

mazinger@eco-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