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00만명 앓아…발병하면 10~20년 지속되는 난치성 피부질환

 

 

[환경TV뉴스] 이규복 기자 = 때 이른 무더위에 여름옷을 쇼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건선환자들은 더워도 남들에게 혐오감을 줄까봐 반팔 옷도 마음대로 입지 못한다.

건선을 앓는 여대생 이모씨(23)도 “팔에 유독 증상이 심해 여름엔 꼭 얇은 카디건을 챙긴다”며 “한번은 수업을 듣다가 무심코 카디건을 벗었더니 과 선배가 ‘이거 옮는 것 아니냐’며 질색한 이후론 무조건 긴 소매를 입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선환자들은 자신을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쉽고 스포츠 같은 야외 활동은 거의 포기하게 된다. 수영장 등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건선은 좁쌀만한 크기의 붉은색 발진과 함께 하얀색 비늘이 온몸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10~20년 지속되고 악화·호전이 반복된다. 자극을 자주 받는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피부 등에 주로 발병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1∼2%에 해당하는 50∼100만명이 건선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제대로 치료받는 사람은 드물다.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남한테 알려지는 게 창피해 방치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16∼32%에 불과한 실정이다.

처음 발병하면 좁쌀모양으로 돋아나는데 이를 ‘심상성 건선’이라고 부른다. 심상성 건선이 피부에서 확대되면 ‘물방울 건선’으로 악화된다. 물방울 정도 크기의 건선은 점점 동전 크기에서 심하면 손바닥 크기 정도로 융합·확대된다. 이런 건선은 ‘판상형 건선’이라고 한다. 이후 피부가 녹슨 듯한 판 모양으로 거대하게 커지면 ‘대판상 건선’이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를 보이지만 아직 현대의학에서는 건선의 정확한 발병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치료법이 한정돼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하면서 분비된 면역물질이 피부 각질세포를 자극해 나타난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이마저 확실한 원인은 아니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을 멈추는 데서 그치는 게 한계다.

건선의 가장 큰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인 만큼 현대의학에서는 단순히 반점 등을 약으로 ‘눌러놓는 데’ 주력한다. 보통 강한 스테로이드제제너 면역억제제를 먹고 바르게 된다.

조월태 단한의원 원장은 “일과성 약물요법으로는 뿌리가 뽑히지 않는 만큼 지루한 치료과정을 견뎌야 한다”며 “이마저도 오래 치료한다고 해서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환자는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부작용이 나타날까봐 전전긍긍 한다. 

건선에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 자반증, 여드름, 딸기코, 피부감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조 원장은 “무엇보다도 피부의 자연치유력을 잃게 만들어 건선이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조장한다”며 “일시적으로 증상이 누그러질 뿐 뿌리가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건선을 오랫동안 앓아온 사람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한의원을 찾게 된다. 한의학에서 건선을 치료하는 해법으로 ‘면역기능의 조화로운 복원’을 내세운다.

그는 “건선은 면역반응이 과민하거나 또는 균형이 깨지고 해독기능이 저하돼 세포에 독이 쌓이고 피부저항력이 약화될 때 생긴다”고 밝혔다.

한의학에선 피부·경락과 관련된 폐·신장 등 오장육부가 허실하거나, 환경호르몬·음식 첨가물·중금속·화학성분 접촉 등에 의해 피부세포에 독성물질이 들어와도 해독기능이 저하됐거나, 열에너지생성 등 세포생리활동이 부조화를 이루는 경우에도 나타난다고 본다.

부조화된 기운을 다시 조화롭게 돌리기 위한 탕약으로 이를 바로잡는다.

조 원장은 “생명현상의 근간 요소가 되는 음양,한열,허실, 정기신혈(精氣神血) 등의 균형을 잡으면 자연치유력이 회복돼 피부세포의 적정한 재생을 촉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맥문동, 감국, 목단피, 숙지황 등 면역력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재로 만든 탕약만으로 치료한다.

그는 “한약치료를 하면 환부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서서히 정상적인 살이 차오르는 변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며 “치료 초기에는 피부가 하얗게 변해 건선이 더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선이 죽어 낙엽처럼 지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는 흰 각질 밑에 연하게 붉은기가 도는 새로운 세포가 돋아 대체하는 과정으로 스테로이드나 자외선을 이용한 치료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조월태 원장은 “건선이 초기이든 말기이든, 환부가 좁든 넓든 결론은 면역력 회복이 관건”이라며 “증상이 심할수록, 양방치료를 오래 받았을수록 한방치료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치료되는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똑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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