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경북지사 김관용 당선자인은 지난 3월 한 단체가 실시한 민선5기 광역단체장 공약이행평가에서 전국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 단체에 따르면 그는 공약이행률이 80.45%에 달해 80.3%에 머무른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수위를 차지했다.

다른 단체가 주관한 공약평가에서도 역시 최우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환경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성과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당선인은 환경과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공약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는 단 하나의 환경관련 공약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4년간 경상북도의 환경관련 정책은 정체 또는 퇴보할지 모른다.

비단 김 당선인 뿐이랴. 대구광역시장에 선출된 권영진 당선인도 환경관련 공약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대동소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환경관련 공약이라고는 염색공단 악취문제 해결이 유일하다. 경쟁을 펼쳤던 김부겸 후보가 7개의 환경관련 공약을 내놓았던 것에 비한다면 권 당선인의 환경관련 공약은 구색용으로 치부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환경TV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집기획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의 환경관련 공약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1,2위를 다투는 후보들의 공약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경TV는 15회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경북지사 후보로 나온 김 당선인의 공약이 전무한 탓에 ‘경북지사후보편’은 결국 싣지를 못했다.

앞서 예로 든 김 당선인, 권 당선인 말고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의 잔을 든 당선인 가운데 상당수는 환경관련 공약이 미약한 수준이다.

흔히 미래비전으로 환경을 꺼내드는데 익숙해 있다. 너도나도 환경을 말하면서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서는 환경보전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정작 선거에서는 환경이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한다. 모두가 개발, 유치, 조성 등을 통한 ‘지역발전’을 얘기하느라 환경은 늘 찬밥신세다.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보전을 통한 지속가능성의 구현이야말로 지역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도, 당장 유권자들이 떠먹기 좋은 공약들만 쇼윈도에 물건 걸 듯이 전시한다.

환경TV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광역단체장들의 환경관련 공약을 보다 정밀하게 검증하는 작업에 나선다. 여기에는 환경관련 공약 하나 내걸지 않은 단체장들에게 지역의 미래를 그냥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 단체장들에게는 환경 관련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공식적으로 질의할 것이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보다 철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물론 향후 환경 공약의 이행과정도 낱낱이 짚어 수시로 공개할 예정이다.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당선인들은 그동안 선거전의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지방 살림살이를 새로이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바쁠 테다. 이번에 환경관련 공약이 미약한 당선인들은 서둘러 환경관련 정책의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없다면, 낙선한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좋은 것들은 빌려서라도 환경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지방발전을 위한 길이고 선택해준 지역민들의 기대에 값지게 보답하는 길이다.

환경공약이 없다는 것은 지역과 나라와 세계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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