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가 내손으로 아이를 죽이게 만들었다 "

 


20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모임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아이를 잃거나 병원에 입원시킨 피해자들이 나와 피해사례에 관한 증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태어난지 1년만에 세상을 떠난 현모씨 아이는 처음엔 감기 증세가 의심스러워 동네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감기가 아니라는 말만 했고, 귀가후에는 기침을 멎게 하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더 사용했다고 전했다.

후에 아이가 너무 저체중이 되어 서울역 인근 아동병원에 입원을 시켰지만 5일만에 폐에 기흉이 생겨 폐포가 터지는 증상이 나타나 급히 구급차를 타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아이를 옮겼다.

당시 현 모씨 아이는 진단결과 폐가 굳어지고 섬유화되는‘간질성 폐렴’진단을 받았다.

혈액투석장치를 달고 80여일이나 힘겹게 투병하다가 현 모씨 둘째아이 출산 다음날 숨을 거뒀다.



또다른 숨진 아이 이 군의 경우 지난 1월 17일 경 감기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 이 군은 3개월정도 가습기 살균제 10㎖씩 가습기에 넣고 잠을 잤던 상태였고, 동네 소아과에선 단순 감기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1주일 뒤 호홉곤란 증세를 보여 급히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진단결과 기흉(폐에 구멍이 뚫려 늑막 안에 공기가 차는 질환)판정을 받았고, 사흘뒤 숨진 현모씨 아이와 동일한 증세를 보였다.

폐는 섬유화되면서 점점 굳어갔고 병원을 찾은지 41일만인 2월27일 오후 1시 숨을 거뒀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 10여가지 폐질환’으로 사망한 이모군의 생존사진과 유골함 그리고 이군 가족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제공 / 환경보건시민센터

현 모씨 의 증언에 의하면 자신이 쓰던 살균제 통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써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말만 믿고 자기 손으로 넣은 살균제가 아이를 사망케 한것에 대해 끝없는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어떻게 이런 제품을 승인해줄수 있느냐면서 말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1일 예비독성 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불명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전국민에게 살균제 사용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산모보다 영유아 를 대상으로 한 피해 사례가 더 많은것이 문제다.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가 의심되는 원인미상 폐렴 피해 사례는 영유아 6명과 산모 2명이다.

이중 영유아는 5명이 사망했고 산모는 1명이 사망했다.


▲영아는 (infant, 생후 12개월까지), 유아는(toddler, 12개월부터36개월까지)를 말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치사율이 매우 높고, 평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지 12.3개월 만에 증상이 나타나며 병원 입원 기간 평균 2.7개월 말에 사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에도 이미 학계에는 소아에게 나타나는 원인을 알수없는 간질성 폐렴에 관한 보고는 있었다.

당시 발표된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이라는 논문에 보면“서울의 2개 대학병원에서 15명에게 간질성 폐렴이 발병해 7명이 사망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 전국 병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아 급성간질성폐렴 사례를 다룬 대학소아학회 학술지에 실린 논문
2006년초 서울의 2개 대학병원에서 15명이 발병 7명이 사망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보고됐다.


최 소장의 증언과 08년 학술보고, 그리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 있다는건 이미 확실해졌으며, 정부도 분명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공개된 피해사례는 30여건이 넘지만, 타 연령층을 합치면 더 많아 질 전망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가 가장 큰 도마위에 올랐다

이미 모든 상황이 인체에 유해 한것으로 잠정결론 이 났다.

보건복지부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습기 살균제 연관성과 원인미상 폐손상 관련 후속조치로 모든연령층을 대상으로 6개월 예정으로 연구ㆍ조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1차회의는 내일(22일) 열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달 26 일부터 동물흡입실험을 통해 병리소견을 확인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사태가 이지경인데도 제조사들은 아직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보건센터 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에 자료를 넘겼다", "유럽과 국내 등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았다"고만 답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중 한곳에 '가습기 세정제 등에 사용되는 살균제 DDAC의 독성 실험 결과 폐에 직접 주입됐을 때 울부혈 폐부종-염증반응-폐섬유화의 생화학 반응이 확인됐다' 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 유통되는 세정제에는 DDAC가 들어있지 않다"고만 확인한 상태다.


▲ 2010년 국제학술지 ‘실험독성병리학회지’에 실린 가습기세정제 등에 사용되는 살균제 DDAC의 독성실험결과, 폐에 직접 주입되었을 때 울부혈 폐부종->염증반응->폐섬유화의 생화학반응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논문 >

가장 큰 문제는 지금도 가습기 살균제는 여전히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습기 살균제는 국내 제품 3종과 수입제품 4종 등 총 7종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때문에 향후 환경보건센터 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는 곳에 보이콧 운동을 벌일 전망이다.


▲위 : 레이첼카슨홀에 공개된 해당 가습기 제품들
아래(좌) : 서울 종로구 한 수퍼 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일 제품
아래(우) : 충북 충주 장호원의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일 제품
제공 / 환경보건시민센터

성상훈기자 HNS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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