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에 보령화력발전 7·8호기 수산업 피해조사 용역…결과 부정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국내 최대 화력발전단지인 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와 전남대학교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화력발전 설비용량만 400만㎾급인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한 수산업 피해가 크다는 전남대 연구결과를 놓고 연구 발주처인 보령화력이 용역비용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다.

14일 보령화력본부 측에 따르면 2008년 운영을 시작한 보령화력 7·8호기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한 수산업 피해조사를 위해 2011년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용역비용만 21억원이다.

보령화력 관계자는 "7·8호기 건설 후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 수위를 정하기 위해 전남대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년 정도 진행됐으며 지난해 5월 결과가 나왔다. 지역주민들의 보상액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보고서에 이목이 집중됐다.

문제는 결과가 보령화력의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는 점이다.

연구결과는 비공개 상태다. 보령화력이 초안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전남대 관계자 등은 온배수가 미치는 피해 항목만도 100여가지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각 분야 교수님들이 연구한 결과를 취합했다"며 "보령화력과 서로 검수 과정을 거치면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화력·원자력 발전소는 매년 527.6억톤의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낮은 수온에서만 생장하는 김·미역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보령 지역의 경우 김 등 특산물의 피해는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김이나 미역의 생육 적정 수온은 각각 5~8도와 5~10도로 겨울철 수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생육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2013년 12월 서해안 주요 지역 평균 수온 = 출처 서해수산연구소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지난해 12월자 어장환경정보지에 따르면 보령-서천 지역의 수온은 서해안 측정 지점 11곳 중에서 태안, 가로림만 다음으로 높았다.

보령-서천 지역의 바다 저층 평균 수온은 9.55도로 김의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외에도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냉각수에 주입한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온도 상승에 따른 동·식물 플랑크톤의 감소,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류의 분포 변화 등의 피해가 산정 가능하다.

문제는 그동안 이 같은 피해의 정확한 규모를 산정한 보고서가 없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지정 해양오염영향조사기관인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의 이번 보고서의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보령화력 측은 조사결과가 부정적이자 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며 용역 의뢰를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조사를 안 했다는 얘기다.

보령화력 관계자는 "보통 용역을 발주하게 되면 어떻게 수행하라고 '과업지시'를 하게 된다"며 "판단해 봤을 때 이번 연구는 이와 안 맞는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남대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가지정기관 입장에서 의뢰받은 조사를 수행했는데 21억원이란 연구비용을 도로 내놓으라는 통보를 받아서다.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가장 민감했던 부분은 온배수 두께 문제로 연구자가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난해 11월 용역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 서로 검수하며 조율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건설 중인 100만㎾급 신보령 1·2호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령화력 측 입장에서는 피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 신보령 화력발전 증설에 주민 반발이 덜할 것"이라며 "보고서 결과가 나쁘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본다"고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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