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하청업체 직원 주말 없이 야근…공사 이후 6번 설계 변경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 16일 47층 공사 현장에서 전기누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제2롯데월드'에서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촉박한 완공 시기를 앞에 두고 인부들의 피로가 누적돼 또 다른 인재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18일 제2롯데월드 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야근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하청업체마다 야근 인원을 매일 체크하고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까지 근무를 종용한다는 것. 그나마도 근무를 안하면 불호령이 내려온다고 하소연한다.

20여년간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공사하는 건 처음 봤다. 지난 1월부터 롯데건설이나 하청업체 할 것 없이 20~30% 정도의 직원들이 주말에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야근도 지속되다보니 피로 누적이 심한 상태"라고 밝혔다.

크게 4개 동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 건설은 당초 다음달 31일까지 '에비뉴얼 월드타워점',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을 완공하고 2015년 12월에는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

이 중 다음달 완공이 목표인 3개 동의 경우 추가 근무 없이는 원래 공기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내부적인 평가다. 지속된 설계 변경 탓에 시일이 촉박해지면서다.

원청업체인 롯데물산은 공사 시작 이후 6번에 걸쳐 설계 변경 신고를 했다. 마지막으로 설계 변경을 신청한 것이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이다.

여기에 임시 사용 승인을 통해 5월 개장을 목표로 하다보니 공사를 서두를 밖에 없다는 것.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설계를 변경하다보니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며 "공기가 얼마 안남자 밀어부치기식으로 근무를 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이 지칠수록 사고 발생 위험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2006년 GS건설의 LG필립스 LCD 공장 건설현장에서 무리한 근무로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레미콘 운전기사가 호우주의보 속에서 차량을 운행하다 콘크리트 기둥에 충돌,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유가족들은 "호주주의보 등 기상악화로 차량의 브레이크 드럼이 흠뻑 젖어 브레이크 밀림 등 사고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행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롯데건설이나 롯데물산 측은 공사기간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하지만 야근이나 휴일 근무가 늘었다는 현장의 지적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사가 늦춰질 수도 있는 만큼 현재 상반기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야근 문제의 경우 어느 현장이나 야근·휴일 근무는 있다. 갑자기 늘어나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상 123층 555m 최고층 건물, 아시아 최대 면세점을 비롯한 세계 5위 규모의 복합쇼핑단지, 서울 최대의 수족관, 아시아 최대 극장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건설 내내 수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초고층건물과 관련한 항공 안전에 대한 지적과 불이 발생할 경우 대피에만 2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석촌호수의 물이 줄어든다는 환경문제에 교통 혼잡 유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해 6월에는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면서 안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화재 사고까지 겹치자 서울시는 지난 17일 화재에 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그때까지 고층부 철골공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건축주에게 보내기도 했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