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도시홍수, 대재앙이 두렵다

지난달 26일 저녁부터 27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59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

1만1000여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1만동이 물에 잠겼다. 서울 강남 우면산 산사태로 흙더미가 순식간에 주택과 대로를 휩쓸며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광화문과 강남의 넓은 도로에서는 승용차가 잠기고 탈출한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중교통과 통신도 마비됐다. 시간당 최고 100mm가 넘게 들이붓는 비에 전국의 하수처리 시스템은 초토화됐고 피해 복구에 많은 인력과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폭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9월에도 강우사상으로는 유례없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보기 드문 비구름대가 정체되면서 국지성 집중 호우가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등에 집중적으로 내렸다.

서울지역 27개 관측소 중 17개 관측소에서 일 누적 강우량이 250mm를 초과했고, 특히 강서구의 경우 293mm가 관측됐다.

일 누적 강우량으로 보면 발생빈도가 매우 큰 경우는 아니지만 지속시간 2~4시간 호우사상 중심으로 보면 재현기간이 100년 이상인 극한 강우였다.

당시에도 우리나라 도시의 수방대책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서울시 저지대와 지하 공간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 수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침수는 총 1만1,744건 발생했고 시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159억원으로 나타났다.

◇ 폭우는 계속 증가, 도시 배수시설은 한계
국내외 전문가들은 내년이나 후년,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이런 폭우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기상청의 '장마백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20년간 12시간 동안 150㎜ 이상 폭우가 쏟아진 빈도가 그 이전에 비해 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증가하는 폭우에 도시의 배수시설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도시홍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과거 홍수는 주로 강 범람, 제방붕괴로 일어났지만 하천 정비와 개수가 이뤄진 후에는 배수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이 물에 잠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지대 배수불량, 도시화에 의한 불투수면 증가, 저지대 인구밀집, 도시의 물 저장능력 부족 등이 도시홍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도시홍수, 새로운 대책 마련 절실
현재 우리나라는 잦아진 폭우와 도시 배수시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의 기상현상을 기준으로 만든 홍수 대비책은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백민호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방재시스템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나라 도시화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도시방재차원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대해 “홍수 피해복구사업이 원상복구 위주로 진행되고 통합적 홍수대책이 없어 침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지난 4일 서둘러 도시홍수 대책을 발표했다. 최우선순위로 하수관거 용량을 시간당 75mm에서 100mm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상습침수지역에 10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대책에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양승우 교수는 “하수관거 용량 확대만으로는 도시홍수를 막기 어렵고 다른 여러 가지 선진기법을 동원해야한다”며 “상습침수지역 한곳만 보고 공사를 추진할 경우 주변지역에 또 다른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이해하고 연구한 뒤 일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 글로벌 트렌드는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
환경TV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United Nations, UN) 세계기상기구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를 방문해 취재한 결과 도시홍수에 대한 최신 글로벌 트렌드는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Integrated Flood Management)'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UN에서는 도시홍수를 막기 위해 공학적 방법에만 매달리는 것을 ‘구세대적 해결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여러 나라들이 이 방법으로만 접근했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UN 도시홍수 위험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도시홍수에는 공학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생태, 경제학적 방법이 모두 동원돼야 한다.

공학적인 방법도 다양하게 적용해야 한다. 배수기술만 아니라 물 재활용 기술, 위험 측정 및 데이터베이스화 기술 등이 필요하다. 도시홍수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예방경보시스템도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조기에 대비시키는데 초점을 둔 시스템으로 구축해야한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라 기상기술과 기상예보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환경TV는 우리나라 기상청은 물론 세계기상기수(WMO) 등 기상기술의 발전과 산업경쟁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들을 집중 조명한 특집 HD 다큐멘터리 '세종의 후예, 세계의 하늘을 읽다'를 제작 오는 11월 방송할 예정이다.

심재훈 기자 jhsim1@eco-tv.co.kr
안진주 기자 jinju@eco-tv.co.kr
권윤 기자 amig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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