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후 감축방식 놓고 입장차 좁혀지지 않아
태풍 '하이옌' 피해 필리핀 압박과 일본 감축분 후퇴가 새로운 변수

▲ 19일(현지시간) 오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협약 당사자 총회에서 헬렌 클락 유엔개발계획 총재와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 = 제공 환경부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결정문 채택을 위한 고위급 회의가 19일(현지시각) 개회식을 시작으로 22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고위급 회의에는 전세계 195개국에서 장관급 대표단들이 참여해 실무급 사전 회의에서 쟁점이 됐던 주요 의제에 대한 막판 협상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중재 역할을 통해 기후변화 협상의 진전을 유도하는 한편 녹색기후기금(GCF) 재원 협상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개막한 이번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2020년 이후부터 적용될 이른바 신기후체제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방식과 이를 위한 협상 일정, 기후재원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식에 참석해 "필리핀 태풍 피해가 보여줬듯이 기후변화는 미래세대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바르샤바 총회는 내년 리마(20차)와 내후년 파리(21차) 총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인 만큼 당사국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결과물은 2015년 파리에서 협약으로 서명돼 2020년부터 효력이 생긴다.

◇2020년 전·후 감축방식 논란…선진국·개도국 입장 달라
하지만 구체적인 감축 규모와 시기, 방식 등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기후변화협약의 부속 의정서인 교토의정서는 1차 공약(2008~2012년)에 이은 2차 공약(2013~2020년)을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채택했다. 이 개정안이 발효되려면 전체의 4분의 3인 144개국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19일 현재 4개국만 비준을 마쳤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신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둘째, 2020년 이후 적용될 신기후체제의 적용 방식이다. 일정 기준에 따라 각 국가의 감축량을 일률적으로 정해주는 하향식(Top-down)이냐, 각 국가의 여건에 따라 감축량을 정한 후 총량을 결정하는 상향식(Bottom-up)이냐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새 기후체제에서 선진-개도국을 구분할지, 아니면 하나의 기준을 적용할 지도 논쟁꺼리다.

셋째,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기 위한 선진국의 재정 및 기술 지원 방식이다. 녹색기후기금(GCF)으로 대표되는 기후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주문하는 개도국과 재정지원에 앞서 투명한 투자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선진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 GCF 등 기후재정 확보 문제를 논의할 고위급 작업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기술 이전 문제의 경우 개도국은 지적재산권(IPRs) 완화를 통한 신속한 이전을, 선진국은 기술 특허가 민간의 영역인만큼 지적재산권기구(WIPO)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하이옌' 덮친 필리핀의 압박…日 협약 후퇴 논란도 신(新) 이슈로
이번 총회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이슈도 있다. 

필리핀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이 한층 강해졌다. 필리핀의 예브 사노 기후변화담당관은 이번 총회에서 ‘의미있는 결과(합의)’를 촉구하며 12일부터 8일째 단식 중이다.

일부 선진국들의 협약 후퇴 논란도 불거졌다. 

일본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5% 감축’에서 ‘2005년 대비 3.8% 감축’으로 하향 조정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이 늘었다는 게 이유다. 또 호주는 탄소세 폐지를 추진 중인 새 정부가 이번 총회에 대표단조차 보내지 않았고 캐나다는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교토 협약을 지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브라질 등 개도국 모임 G77을 포함한 132개국은 산업혁명시대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을 연구하자고 제안해 주목받았다.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개도국들의 반격이지만 선진국들의 거부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크지만 2년 앞으로 다가온 2020년 이후 신기후변화체제를 준비하려면 올해 총회에서 의견 접근을 통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담은 결정문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샤바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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