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박창근 관동대 교수

 

국보 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논란은 지난 10여년간 지속되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암각화를 침수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은 달랐다. 울산시는 암각화 앞부분 하천공간에 제방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저하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논란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아이디어 수준의 '카이네틱 댐(Kinetic Dam)'을 설치하자는 방안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었다. 현재 세부적 검토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국무총리실이 문화재청을 압박하여 억지춘향식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16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암각화 전면에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여 매년 반복되는 암각화의 침수를 방지할 계획이다. 모식도를 보면 이 댐은 투명한 고강도 아크릴 형태의 재료로 만들고, 댐을 설치하기 위하여 콘크리트 기초를 만들어야 하고 댐과 암반 사면부 사이에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강해야 한다. 토목공학적 입장에서 살펴보면 모식도와 같이 기초 위에 설치된 댐은 홍수 때 초당 4~6m 유속에 기인하는 동압력(dynamic pressure)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카이네틱 댐과 유사한 댐을 하천에 설치한 사례가 없다.

울산시는 "카이네틱 댐을 건설해 우선 암각화부터 물에서 건져 놓고, 시간을 가지고 영구적인 보존방안을 논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안은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이네틱 댐이 항구적 보존 방안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임시 대안으로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되 관계부처가 다시 보존 방안을 찾기로 했다. 또한 카이네틱 팀을 설치하기 위해 암각화 주변에 어떤 형태로든 토목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대상인데, 통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기껏 합의한 내용이 임시방안이고 문화재위원회 통과도 어렵다면, 말 그대로 그것은 시간낭비이고 예산낭비이다.

울산시는 암각화를 물에 의한 침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2003년과 2013년 울산시가 추진한 학술용역결과를 살펴보면 침수방지 대책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에 의한 방안 △대곡천 유로변경에 의한 방안(터널설치) △차수벽형 제방축조에 의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문화재청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으려면 사연댐 수위를 현행 60m를 52m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 하루 3만톤의 상수 원수가 줄어들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부족한 수량을 낙동강에서 끌어오면 수질이 악화된다며 문화재청의 수위조절론에 반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6월 27일 "수돗물,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울산시는 매일 34만톤의 고도정수 처리한 수돗물을 생산하여 시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58개 항목 수질검사 결과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기준 및 세계보건기구(WHO) 수질기준에 적합한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상수원수는 사연댐을 비롯한 울산에 있는 댐에 있는 물과 낙동강 물로 구성되어 있다. 울산으로 공급하는 낙동강 물이 울산 댐 물보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근거가 없고 울산시는 먹는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을 이미 구축하였으며, 현재도 낙동강 물을 이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의지가 있다면 암각화 국보를 보존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안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음에도 물부족 타령만 하고 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10년 넘게 암각화 보호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는 수자원공사의 편협한 물정책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다음과 같은 두가지 사실을 살펴보자. 첫째, 울산시는 보도자료(2004. 12. 3)를 통하여 제57차 국제고래위원회(IWC) 울산회의는 2005년 5월27부터 6월24일(29일간)까지 울산롯데호텔에서 개최되며, 이 기간 중 57개국 800여명이 공식적으로 참가하고 기타 국내·외 관광객들이 다수 울산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각화가 사연댐 수위 52~56m(사연댐 만수위 60m)에 위치하기 때문에, 암각화 대부분이 사연댐 수중에 잠겨 있어 관광객들이 암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사연댐 수위조절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에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50m로 유지하더라도 대곡댐 담수 및 회야댐 원수가 충분하여 전체적인 수돗물 공급에는 차질이 없으며, 비상시를 대비한 급수대책도 수립 중에 있어 한국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갈수기인 5월 말에 사연댐 수위를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52m 보다 더 낮은 50m를 유지했음에도 물부족은 없었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사연댐을 관리하고 있고 울산시에 사연댐 물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울산시는 보도자료(2010. 6. 18)에서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물속 잠김에 따른 훼손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하류에 설치돼 있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수위 조절시 감소되는 수량(1일 6만~8만톤)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가 광역차원의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대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키로 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는 낮추는 방안 대신 제방을 설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의 이러한 입장변화에는 어떤 형태로든 국토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 배후에는 수자원공사가 있다. 몇 십년간 사연댐을 이용하여 '물장사'를 통해 많은 이익을 챙겼기에 수자원공사는 이제 사연댐 운영권을 울산시에 돌려줄 필요가 있다.

울산 암각화는 2010년 1월 11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1971년 반구대 암각화를 최초로 확인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 교수는 최초 발견 시 있었던 그림 가운데 3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문화재는 지금도 훼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의 대안을 마련하여 마치 10년 이상 풀지 못한 숙제를 한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대안이 있음에도 수자원공사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국제적으로 희귀한 암각화의 보호가 수자원공사의 이익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암각화 보호를 위하여 사연댐의 철거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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