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 "과거부터 계속됐다"…H사, O사 등 원인 제공자 직접 언급
주민건강영향조사 요구에 영산강청 "아직은 계획 없어"

▲ '흑비(검은비)가 내린 다음날인 지난 12일 여수시 율촌면 인근에 주차된 차에서 묻어 나온 검은 분진 (자료화면)

 

여수시 율촌면 인근에 내린 검은비(흑비) 속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이 지난 11일뿐 아니라 과거부터 계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주민들은 환경당국이 분석한 시료 속 중금속 성분의 원인 제공자가 따로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지역 주민들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따로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준태 율촌마을 대책위원장은 "'흑비'를 내리게 한 H사는 당장 사업장을 폐쇄해야 하겠지만 실제 원인 제공자는 따로 있다"며 "지난해에도 비가 오면 처마 밑에 쇳가루 같은 것들이 남아 있어서 작년 10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는 이번 시료 조사 결과 때문이다. 과학원이 피해 지역에서 채취한 시료에는 흑연, 방해석(CaCO₃), 산화마그네슘(MgO) 등이 포함돼 있으며 H사의 매립지 내 시료와 유사하다.

문제는 H사가 매립한 이 물질들이 주변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들이란 점이다. 율촌 제1산업단지 내에는 제철·제강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산적해 있다.

인근 P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H사는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이 모이는 집합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체적인 회사 명까지 언급했다. 김 대책위원장은 "H사, O사 등에서 외부로 분진이 나올 만한 조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H사의 경우 '흑비'가 내린 다음날 가서 그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들은 피해 지역으로 부터 각각 동쪽과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과학원은 당시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율촌면으로부터 동쪽에서 분진이 날아 왔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주민들은 오염된 분진이 과거부터 축적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역 내 건강영향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책위원장은 "주민들과 특히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영산강청 관계자는 "주민건강조사의 경우 현재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조만간 농작물에 대한 오염잔류검사가 발표된 이후 그 결과를 놓고 고려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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