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침수 피해 호소 잇따르자 水公 '슬그머니' 수위 낮춰
환경단체 "洑 생긴 이후 지하수 수위 높아져 피해 발생" 주장
수자원공사 "민원 이후 조사 기간 동안 수위 낮춘 것일뿐"

▲ 공사가 진행 중인 낙동강 칠곡보 현장 =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보(洑) 때문에 낙동강 칠곡보 등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보 건설 후 지하수의 높이가 상승, 밭에 물이 차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성토하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보가 원인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경북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와 덕산리,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와 다산면 노곡리, 경남 함안지역 등에서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지에 피해를 입었다고 아우성이다. 해당 지역 주변에는 각각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함안창녕보가 위치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칠곡보 인근 약목면 일대. 이 지역의 경우 땅을 1~2m만 파도 지하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가 생기기 전에는 6~7m 깊이에서 지하수가 나왔다는 증언과 비교하면 지하수위는 3배 가량 높아진 편이다.

그러다보니 밭농사를 짓는 일대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조차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농민은 "이제 제발 장화 좀 벗고 농사짓고 싶다"며 "보 수위를 2~3m만 낮춰달라"고 탄식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역시 지하수위가 높아진 이유는 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보 담수로 인해 농지보다 강 수위가 높아지자 수압 등에 의해 강물이 제방 아래로 흘러 농지의 지하수위를 상승시켜 침수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농민들과 환경단체는 4대강 보 원인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수공 측은 보가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약곡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를 통해 수공 측이 밝힌 입장은 "피해조사에 나선다"는 수준이다. 또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보가 원인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수공은 이 같은 해명의 뒷면에서 슬그머니 민원 지역의 보 수위를 낮췄다. 수공에 따르면 종전에 비해 칠곡보는 40㎝, 강정고령보는 80㎝ 수위를 낮춘 상태다. 지난해 야당과 재야 전문가,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수문 개방을 요구했을 때도 흔들림 없던 수공이 이례적인 태도를 보인 셈.

특히 보나 댐처럼 용수의 사용 용도와 계획이 분명한 국가 시설의 수위 조절을 별도 근거없이 시행했다는 점은 사실상 4대강 보가 농민 피해의 원인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수공이 수위를 조절한 2개 보 인근 지역의 경우 수공이 의뢰한 연구 용역 결과조차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임의로 수위 조절을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근거 자료도 없이 수위를 낮추는 일은 절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인근 농가에서 발생한 피해로 민원이 들어와 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며 "민원 지역에 대한 연구용역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낮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수공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또 있다. 수위를 대폭 조절한 이후 민원이 사라진 지역이 있기 때문.

수공 관계자는 "강정고령보의 수위를 80㎝ 낮춘 이후 인근 지역의 민원이 더 이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하천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관리수위라도 낮추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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