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대저수지 둑 터지자 그 때서야 긴급안전점검한다고 '난리법석'
저수지 누수는 계속돼도 긴급 누수조사에만 앞으로 한달 소요
알고보니 4년간 둑 높이는 양적 팽창에만 3조5000억원 퍼부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의 3372개 저수지 중 누수가 발생하고 있거나 누수에 취약해 당장 개보수가 필요한 곳이 150곳인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

농어촌공사는 이로써 누수에 취약한 이들 150곳에 대해 한달간의 시간을 들여 긴급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무너질 수 있는 저수지가 이처럼 전국에 산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보수는커녕 안전점검 및 누수조사를 정밀하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는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2일 발생한 경북 경주 산대저수지 둑 붕괴사고 후 부랴부랴 긴급 조사를 하고 있는 형국에 대해 국민들은 전형적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전임 정부 시절인 지난 4년 동안 둑 높이는 사업에 무려 3조5000억원이나 투입했으나 보여주기식 양정 팽창에만 급급, 결국 내실 다지기에는 등한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농어촌공사의 존재 자체에도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

◆긴급안전점검 결과 저수지 150곳 물 '줄줄' 새고 있어

더욱이 산대저수지의 경우에는 농어촌공사측이 그동안 개보수 실적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상황에서 저수지 관리에 대한 농어촌공사측의 무사안일한 대처가 향후 지속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산대저수지 붕괴사고를 계기로 44명이 전문기술진을 동원,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전국 산재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중 누수에 취약한 저수지 위주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문기술진 1인당 1000만원짜리 고가장비를 갖추고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저수지 150곳이 누수에 취약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재순 농어촌공사 사장은 "10곳은 누수현상이 심하고 140곳은 누수가 진행 중"이라고 지난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85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27곳 ▲전북 18곳 ▲경북 17곳 ▲충남 2곳 ▲충북 1곳이었다.

농어촌공사는 이로써 모두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긴급 누수조사를 약 한달간 실시한다는 방안이다. 조사는 전류를 이요한 '물리탐사', 누수 의심 부분에 대한 '시추조사', 용수공급을 위해 제방을 관통하는 관수로인 통관의 내부 'TV촬영조사' 등의 기법이 활용된다고 농어촌공사는 설명했다.

농어촌공사는 조사결과 누수가 확인된 저수지는 올해 안으로 보수 및 보강공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같은 초정밀 조사를 하지 않고 사고가 나서야 하는 모습에 대해 국민적 실망감음 적잖이 큰 상태다.

더욱이 준공된 뒤 50년이 넘은 낡은 저수지가 전국에 산재할 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재에도 누수가 되고 있어 긴급 보수가 필요한 저수지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조차 없는데도 불구, 그동안 육안조사 위주로 안전점검이 진행돼 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농어촌공사를 향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농어촌공사 4년 동안 둑 높이기에만 3조5000억원 투입

더욱이 농어촌공사는 최근 4년간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만 무려 3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도 3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내실 다지기 보다는 양적 팽창에만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산대저수지처럼 당장 무너질 수 있는 저수지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음에도 불구, 긴급 누수조사에만 한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농어촌공사가 밝히고 있어 저수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 역시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농사를 짓고 주민 권모씨(52)는 "그동안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관리를 이처럼 부실하게 했는 지 몰랐다"고 개탄한 뒤 "저수지 물이야 다시 채울 수 있지만 행여 인명피해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대통령도 바뀌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는데 벌써부터 저수지 둑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을 저마다 농어촌공사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저수지 87%가 D등급이다. 자칫하면 국가 재난이 닥칠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자체가 관리하는 저수지와 합치면 1만4000개 정도다. 낡은 저수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 못하면 국가 재난까지 발생할 수 있기에 재발되지 않도록 농어촌공사는 정부부처와 함께 힘을 모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민수 민주통합당 의원은 "4년간 둑 높이기 사업에 3조5000원이 투입됐고 올해도 3800억원이 투입되는데 농업기반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낡은 저수지 개보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꼬집은 후 박재순 농어촌공사 사장을 향해서는 "사업의 우선 순위는 공사 사장이 결정하지 않느냐. 개보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2일 오후 2시5분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북서쪽에 위치한 흙댐인 산대저수지가 갑자기 붕괴해 인근 주택 및 상가 등 60여채가 침수(경찰 추산)되고 차량 10여대와 농경지 수십㏊가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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