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4년간 불법어업과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만 34건

▲ = 출처 그린피스

 

359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한 원양어업 대국(大國)인 우리나라가 미국이 지정한 세계 10대 불법어업(IUU,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국가에 등재돼 국제사회에 '망신살'이 뻗쳤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5회 이상의 IUU 적발 건수가 누적돼 오던 '고름'이 이제서야 터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4년간 적발 건수는 21건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2009년 이후 국내 원양업체들의 불법어업과 지적 사항 그리고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 사례가 34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사례 중 국제적으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인성실업의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이하 남극협약) 위반 사항이다. 인성실업은 1t 당 2만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는 고가의 '이빨고기', 소위 '메로'로 불리는 물고기를 남극해에서 어획하며 급성장했다.

해당 업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이빨고기의 '표지방류(Tagging)' 의무를 위반했다. 표지방류란 현지 생물자원 정보 확인을 위해 어획량의 약 3%가량에 해당하는 물고기에 식별 표시를 해 방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연구자들이 현지 생태자료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 2011년에는 조업 제한량의 4배에 달하는 이빨고기를 남획한 것으로 밝혀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등으로부터 IUU 등재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결국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올해 1월 한국을 '자국 원양어선이 국제 보존 법규를 위반해도 제대로 제재하지 않는 국가'라고 지목하며 에콰도르 등 저개발국가들과 함께 10대 'IUU 자행국가'로 등재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IUU 위반 건수는 21건으로 모두 행정조치를 했으며, 이 중 문제가 된 미국 정부의 불법어업국 지정 건은 지금 현재 협의 중에 있다"며 "미국 정부도 지난해 정부 입법한 원양어업 관련법을 설명했더니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심재권 의원은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원양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어업에 기반한 국제수산기구의 규약을 준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아프리카 대서양 해역의 조업 사례도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라이베리아 인근 해역에서 위조된 공문서로 조업했다는 혐의를 받은 동원산업의 경우를 비롯, 15개 업체 소속 30여척이 불법조업 혐의에 걸려 있는 상태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조업을 위해 비용을 현지 정부에 지불하는 것과 연계해서 관련 공무원이 중간에서 돈을 빼돌리면서 불법 조업 혐의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현지 정부와 합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해양경찰을 자처하는 유럽연합(EU) 측의 시선은 곱지 않다. EU는 회원국들에게 IUU가 자행되는 국가들로부터의 수산물 반입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원양업계의 유럽연합 주요국에 대한 수출액은 6700억달러 수준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EU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 정부에 서아프리카 지역의 조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의해 오고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조차 단속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하던 사조오양의 선박은 인도네시아 선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을 낳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교육도 하고 책자도 발행하는 상황이지만 한국 사람들과 문화적 차이가 있다보니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도 "법적으로 이를 방지할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해양 캠페이너는 "해양수산부(전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국내 원양어선이 저지르는 불법어업(IUU)과 선원들의 인권 침해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원양산업 실적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7억1239만여달러를 수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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