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열 환경재단 대표=출처 환경재단

 

최열(64) 환경재단 대표가 지난 15일 대법원에서 알선수재죄가 확정돼 징역1년의 실형을 살게 됐다.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대부(代父)이며, ‘환경 아이콘’으로까지 불리는 그가 이렇게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환경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착잡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최 대표가 환경운동 대부로서 갖게 된 엄청난 힘을 이용하여 사실상 이권을 청탁한 범죄가 확정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크다. 

대법원은 최 대표가 경기도에 친환경 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던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로부터 협조요청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뒤 이 업체 대표와 경기도지사의 면담을 주선하고 해당 사업 실무자에게 부탁하는 등 알선수재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현금으로 돈을 받아 소액을 쪼개 3개 계좌에 분산예치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차용금이 아니라 알선 명목으로 수수한 것이라는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이 2009년 4월 최 대표를 불구속기소하면서 대기업 사외이사 재직 때 기부받은 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5억여원을 횡령했다며 적용한 횡령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최 대표가 이번에 비록 불명예스러운 범죄자로서 징역형을 살게 됐지만, 그가 대한민국의 환경운동에 싹을 틔우고 키워낸 공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1982년에 대한민국 최초의 환경운동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했으며, 91년에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로 환경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자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해 약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환경운동을 이끌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아시아 최대의 환경단체로 성장했으며, 그는 95년에 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공로는, 특정 환경관련 사안의 실태조사보고서 한 장으로 정부와 기업체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힘이 갈수록 막강해지면서 거꾸로 빛을 잃기 시작했다. 관료들과 기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빌리면 최 대표는 ‘NGO권력’의 핵심으로서 지금까지 어떤 정권의 실세보다도 큰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거침없이 달려왔다.  

2002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환경재단을 설립한 뒤 기업모금과 자체 사업 등으로 다른 환경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관련 단체들에 대한 기업 및 정부의 후원 가운데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는 굳이 통계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일례로, 환경재단이 운영하는 일종의 최고위과정에 대기업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임원들을 꼬박꼬박 등록시킨다. 정부와 기업체의 환경관련 후원의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환경재단을 비롯한 몇몇 파워NGO에 ‘편중될 수 밖에’ 없으니, 다른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오그라드는 건 당연하다. 

최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기업 사외이사로서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은 일은 또 어떤가? 민간운동을 통해 취득한 힘을 개인 치부에 사용했다는 비난 앞에 그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환경운동가들을 향한 이 사회의 채찍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체질’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깡그리 바꿔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에게 강력하게 주문한다. 우선 민간운동의 존재의의라 할 수 있는 감시와 견제, 비판의 기능은 더욱 확대발전시키되, 방식과 목적은 순수성을 회복하도록 단체들 스스로 뼈를 깎는 각성와 실천이 필요하다.

아주 미미한 잘못을 약점 삼아 들춰내 관련 기관 및 기업들을 압박하는데 집중하거나, 조사결과를 침소봉대 또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일반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특정 사안에 온 단체들이 달라붙어 마치 그 일이 전부인양 쏠리는 일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됐다.

환경단체들이 전개하는 환경운동에 대해 일반인들이 긍정적 시각 뿐 아니라, 부정적인 인식도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환경단체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터이다. 

또한 일부 단체 및 단체 종사자들에게 한정된 경우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과 정치지향성을 엄격하게 배제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이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두고두고 새겨야 한다. NGO에게 정치는 수렁이다. 

과학기술은 광속으로 진보하고 있다. 환경 관련 기술과 지식도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환경관련 전담 부서 및 임원을 두고 환경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우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환경산업분야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환경운동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감시와 견제의 방식이 누구나 수긍할 있는 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목적 또한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데 맞춰져야 한다.  

환경운동의 대부는 추락했지만, 환경운동은 오히려 새로운 도약대에 올라설 기회를 맞았다.

mazinger@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