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1986년 이후 가장 강력한 한파와 폭설로 과수와 시설원예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각 지역 과수농가에 따르면 복숭아 등 추위에 약한 나무는 동해로 고사하는 등 피해가 우려되고 시설원예 농가의 경우에도 난방비는 오르고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말부터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이어진 충북 지역에서는 포도·복숭아 등의 동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원이 충주·음성지역 복숭아나무의 꽃눈을 자른 결과 누렇게 말라붙은 채 생기를 잃은 게 많았고 나뭇가지에 저장된 양분(전분)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김익제 농업기술원  과수팀장은 "충주지역서 채취한 복숭아나무 100g에 저장된 전분은 1.7g로 예년 평균 2.2g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나무 밑동에 신문지를 둘러싸거나 보온덮개를 씌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강원도 철원에서는 올해 들어 동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위험'이 4일, '경계'가 4일이나 됐다. 강원도에서는 지난 2011년 한파로 춘천 45.3㏊, 원주 36.7㏊ 등 복숭아 과수원 825㏊가 동해를 봤기 때문에 농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복숭아 주산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지역 과수농가들도 마찬가지다. 손준호 경기동부과수농협 과장은 "지난 늦가을부터 철저히 대비했지만, 잔가지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돼 꽃눈이 얼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각 지역의 시설원예 농가도 생산량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전북지역 최대 딸기 생산지인 완주군 삼례읍 딸기 재배 단지의 경우 최근 영하 15℃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급감했다.  지난해 이 지역은 하루 5t 이상 겨울 딸기를 생산해 고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하루 출하량이 1∼2t을 맞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방울토마토 재배로 유명한 충북 청주시 신촌동 재배단지와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 등에서는 추위로 과일의 생육이 좋지 않아 출하가 늦어지고 있거나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다.

생산량은 줄어드는 대신 난방비가 배 이상 들어가 농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설원예의 경우 강추위로 인한 난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재배시설의 출입문을 2중으로 하고 커튼, 보온·방풍벽 등을 설치해 보온 효과를 높이는 것이 그나마 도움 되며, 특별한 보호대책없이 추위에 노출된 과수는 지금이라도 보온을 해주고 2월 중 꽃눈 상태를 본 뒤 가지다듬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정서 충북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포도나무는 절기상 '대한'을 넘기면 휴면기에서 벗어나는데, 이 무렵 찾아오는 한파는 치명적"이라며 "피해를 줄이려면 나무 밑동 표피에 백색 수성페인트를 발라줘 월동을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점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복숭아는 추위에 특히 약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볏짚으로 나무 밑동을 감싸는 등 보온해야 한다"면서 "2월 이후 피해증상이 나타나면 가지치기를 최대한 늦추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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