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센서카메라에 촬영된 담비=제공 환경부

 

멸종위기Ⅱ급 담비가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호랑이를 대신해 최상위 포식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4년간 원격무선추적, 무인센서카메라, 먹이분석 등을 활용한 담비 연구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비는 대형동물을 연중 사냥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

행동권이 넓고 먹이 피라미드에서 꼭대기에 있는 종인 우산종(Umbrella species)의 서식지를 보전하면 같은 서식지에 있는 다른 종들을 함께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무선추적결과 담비의 행동권은 22.3~59.1㎢로 멧돼지(5.1㎢), 삵(3.7㎢), 오소리(1.2㎢), 너구리(0.8㎢) 등의 행동권에 비해 10~20배 가량 컸다. 또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는 40km 이상 멀리 이동했다.

이 때문에 과학원은 담비가 보호지역의 설정, 생태축 복원, 생태통로 조성 등에 활용 가치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배설물 414점을 분석해 먹이를 분석한 결과 청설모, 노루 혹은 고라니, 멧돼지, 비단털들쥐, 하늘다람쥐 등 동물성 먹이가 50.6%, 다래ㆍ버찌ㆍ머루ㆍ감 등 식물성은 49.4%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포유류의 경우 농민과 마찰을 빚는 주요 동물들의 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 고라니 등의 대형포유류가 먹이의 8.5%를 차지하며 이는 3마리가 한 무리를 이루고 다니는  담비가 연간 고라니(성체) 또는 멧돼지(새끼) 9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단일 종으로는 잣, 호두, 밤 등 고소득 견과류에 피해를 주는 청설모가 먹이의 5.7%로 가장 많았다. 이는 담비 한 무리가 연중 75마리의 청설모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양봉에 피해를 많이 주는 말벌이 전체 먹이의 2.4%를 차지했다.

담비는 국립공원 등의 탐방객 관리 정책에도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활동의 92.7%가 낮 시간인 6시~19시 사이에 이뤄지며 이동과 영역표시는 능선부의 오솔길을 이용해 다른 야생동물 보다 등산객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과학원은 이러한 담비의 활동특성을 이용해 보호지역 내의 탐방객과 탐방로의 적정 인원수, 개방 기간 등의 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과학원은 이러한 담비의 높은 보호·활용 가치를 위해 야생동물, 생태축, 보호지역 등의 관리 정책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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