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기업, 영업익 25.8%↓…반도체·석유화학 침체
하반기부터 대기업 실적 개선세…반도체 산업 회복세 지속

지난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의 영업이익이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산업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 온 반도체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을 비롯한 대부분 업종에서 실적 악화가 나타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도체 산업의 경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업황이 가파른 회복세를 타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 국내 주요기업, 지난해 영업익 25.8% 감소…희비 갈린 반도체와 자동차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 기업과 감소 기업 상위 10 순위. (출처=CEO스코어)/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 기업과 감소 기업 상위 10 순위. (출처=CEO스코어)/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27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이달 25일까지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506조164억원으로, 2022년 2543조6015억원 대비 1.5%(37조585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에서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폭은 달랐다. 지난해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04조7081억원으로, 전년도 141조2024억원에 비해 25.8%(36조4943억원) 축소됐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18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IT전기전자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익은 6조5203억원으로, 2022년 59조986억원에 비해 무려 89.0%(52조5783억원)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해 TV, 생활가전 등의 판매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업황 부진을 겪은 것은 반도체 부분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줄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 하락세를 주도했다.

실제 양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 1,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2022년 43조3766억원 대비 84.9%(36조8096억원)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던 SK하이닉스는 2022년 6조8094억원의 영업 흑자에서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적자전환했다.

석유화학의 영업이익 감소폭도 컸다. 2022년 23조7755억원에 달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익은 지난해 11조897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도 65.3%(11조549억원) 넘게 줄어든 5조8873억원에 그쳤다.

이 외에도 ▲철강 1조6115억원(41.6%↓) ▲건설·건자재 1조1554억원(15.9%↓) ▲제약 1조876억원(42.6%↓) 등의 업종에서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산업과 공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 폭을 다소나마 상쇄시켰다. 먼저 자동차·부품 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4조2067억원으로, 2022년 22조718억원보다 55.0%(12조1349억원) 확대됐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0%(5조3071억원) 늘어난 15조1269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아의 영업이익도 60.5%(4조3748억원) 증가한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은 26조7348억원으로, 전체 기업의 1, 2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공기업은 2022년까지만 해도 30조4651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4741억원 손실을 기록, 손실폭을 크게 줄였다. 한국전력(한전) 등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이외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부문도 1조5782억원에서 6조5707억원으로, 무려 316.3%(4조9925억원) 급증했으며, 이어 유통 1205억원(5.2%↑), 통신 176억원(0.4%↑) 등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또 ▲한화오션 1조4171억원(적자축소) ▲삼성중공업1조 877억원(흑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 9495억원(78.2%↑) ▲지역난방공사 7186억원(흑자전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6221억원(88.1%↑) 등이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 2024년 전망은 다르다…주요기업 분기 실적 개선세 

한편 CEO스코어는 주요 대기업의 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전체 매출액은 647조4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637조1082억원 대비 1.6%(10조3625억원)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4조9251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0조9028억원에 비해 128.6%(14조223억원) 확대됐다.

이러한 실적 개선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년만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은 최근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반도체 수출 규모는 195억8441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이러한 시장흐름에 발맞춰 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한 AI향 반도체 부문을 강화해 시장흐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자동차 산업은 올해 초 전년 대비 판매가 소폭 감소하며 우려를 샀으나, 향후 지속적인 판매 증가가 예상돼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4.1% 감소한 31만4909대(국내 판매 4만7653대, 해외 판매 26만7256대)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지난 2월 전년 대비 4.6% 감소한 24만2656대(국내 4만4008대, 해외 19만8318대)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산공장 전기차 설비 공사, 울산 3공장 라인 합리화 공사가 완료되면서 차량 생산이 정상화된데다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된 만큼 3월은 이연된 수요가 해소되며 판매가 다시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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