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韓 수출기업 205개사 대상 ESG 규제 대응 현황 조사
EU發 ESG 수출규제 심화…인식수준은 42점, 대응수준은 34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규제 대응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수출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규제 대응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수출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유럽연합(EU)에서 ESG 수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수준은 크게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수출기업 ESG 규제 대응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6개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수준과 대응수준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EU發 ESG 수출규제 본격화…수출기업 영향 불가피

최근 심각해진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EU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블록으로 세계 규범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EU는 지난 2020년 ‘기업 지속가능성 리포팅 디렉티브(CSRD)를 발표하고, 지난해 본격 발효했다. 이를 기반으로 EU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해당 자료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자료로써 EU 자본의 기업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된다.

이를 시작으로 EU는 기업 ESG 공시 표준인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를 제정했으며, 공급망 전반의 ESG 역량을 평가하는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EU로 수입되는 탄소 다배출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2035년까지 재활용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포장재법(PPWR), 제품의 재사용 및 재활용, 우려물질 제한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을 연이어 제정하며 ESG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즉, 이러한 EU ESG 규제들에 대응하지 못하면 유럽에 수출이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안에 대한 응답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도출한 결과, ESG 규제에 대한 인식수준은 42점, 대응수준은 34점에 그쳤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분석했을 때 인식과 대응수준이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의 경우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수준은 55점, 대응수준은 43점으로 나타났고, 중소기업의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수준은 40점, 대응수준은 31점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ESG 수출규제에 인식이 낮고 대응노력도 부족한 것이다.

한 대기업 사외이사는 “EU가 요구하는 ESG 및 탄소배출 정보는 모기업은 물론 벨류체인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인력과 자본, 공시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도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출기업들, CBAM·공급망 실사에 특히 어려움 느껴

국내 수출기업들이 기업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ESG 수출규제 도표. (사진=대한상공회의소)/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수출기업들이 기업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ESG 수출규제 도표. (사진=대한상공회의소)/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수출기업들은 EU의 ESG 수출규제 중 ‘탄소국경조정제도(48.3%)’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공급망 실사(23.9%)’, ‘포장재법(12.2%)’, ‘기업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및 공시기준(10.7%)’, ‘배터리 규제(2.9%)’, ‘에코디자인 규정(2.0%)’ 순으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탄소 다배출 역외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하고 있으며, 2026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제도는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과 관련해 ▲탄소배출량 측정의 어려움 ▲탄소저감시설 투자 자금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 검증 시 국내 검증 기관 인정 필요 ▲탄소배출량 보고의무 완화 등을 정책과제로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수출기업들은 공급망 실사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81.4%가 ‘공급망 실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 소재 협력업체에 대한 공급망 실사 대응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67.9%를 차지해 기업들이 해외 협력업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들은 ESG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대응계획 및 방안 수립을 위한 교육·가이드라인 제공(52.7%)’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뒤이어 ‘금융·세제 혜택 등 비용 지원(44.9%)’, ‘규제 및 법안 관련 동향 정보 전달(27.8%)’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EU를 중심으로 한 ESG 수출규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지원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공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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