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동주의펀드 공격받은 국내 기업 77개사
일반 펀드의 주주행동주의 전략 도입, ESG 강화로 지속 증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ESG 요구 증가, 일반 펀드들와 행동주의펀드의 경계 모호, 스와밍 공격 등으로 기업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ESG 요구 증가, 일반 펀드와 행동주의펀드의 경계 모호, 스와밍 공격 등으로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에 대해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5일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한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해지펀드뿐만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을 늘리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국기업 대상 행동주의펀드 공격, 큰 폭으로 증가 중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별 행동주의펀드 피공격 기업수. (사진=한국경제인협회)/그린포스트코리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별 행동주의펀드 피공격 기업수. (사진=한국경제인협회)/그린포스트코리아

한경협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가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행동주의란 상장회사의 주주들이 수익률에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경영권에 개입하고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위다. 주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 경영 투명성 제고 등에 대해 요구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는 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스탠다드로 자리잡으면서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부터 행동주의 해지펀드 등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리서치기관 딜리전트(Diligent)에 따르면 2023년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2022년(875개사)보다 8.7%, 2021년(773개사)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은 214건으로 2022년(184건) 대비 16.3% 증가했다. 북미 지역은 9.6% 증가한 반면, 유럽 지역은 7.4%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수연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들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국내 기업은 77개사로, 우리나라는 23개국 중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행동주의 캠페인 타깃이 된 기업수가 많은 국가로 꼽혔다. 딜리전트의 발표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국내 기업은 2019년 8개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7개사로 9.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023년 550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2019년 543개사에서 2020년 482개사, 2021년 437개사로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103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2022년(108개사)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로, 2019년(68개사)보다 1.5배 증가했다.

◇ 지속 강화될 주주행동주의…기업들의 방어권 도입 필요

이러한 행동주의펀드의 기업 공격 시도는 숫자뿐만 아니라 강도도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모펀드나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는 하나 이상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타깃 기업을 동시에 공격하는 ‘스와밍’까지 이뤄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스와밍 공격 사례는 2020년 7건에서 2021년 9건, 2022년 17건으로 지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행동주의펀드의 기업 공격은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김수연 연구위원은 “한국은 자본시장이 참여자의 자율성보다 정부 규제가 강하고, 여기에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도 정부 영향력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압박까지 심화되면 상장 폐지를 결정하고 상장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집중공격에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상장으로 전환한 일본기업은 2015년 47개사에서 2022년 135개사로 크게 증가했는데, 주요 전환 사유를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으로 꼽고 있다.

또 한국기업의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면서 적대적 M&A 시도나 경영권 위협이 늘어날 전망인데, 기업들에게는 자사주 매입 이외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수연 연구위원은 “기업들도 기관투자자와 소통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정부도 행동주의펀드의 지나친 공격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주주행동주의 부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 프레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주주행동주의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던 ESG 경영도 여전히 기업들이 점검해야 할 요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ESG에 반발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지만 유럽은 ESG에 대한 법제화와 함께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연 연구위원은 “공시와 비롯한 다양한 ESG 규제들이 자리잡게 될 경우 시장에서 ESG 개념이 명확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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