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배터리 공급망 내 中 의존도 줄이기…한국에는 기회
양극재, 셀 부문 역량 갖춘 韓,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 높여야

주요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탈(脫)중국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향후 중국을 대신해 배터리 공급망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주요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탈(脫)중국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향후 중국을 대신해 배터리 공급망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이하 대한상의 SGI)는 23일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양극재 생산 등에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시장의 위상이 낮아 이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現 배터리 공급망 중심지는 중국...韓 대체 가능?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핵심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자 광물 채굴·제련, 배터리 셀 생산 등의 주요 단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주요 광물의 채굴과 제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불리는 리튬 화합물은 전세계 생산의 약 65%를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약 75%, 양극재와 음극재 등 셀 구성요소도 전세계 생산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상의 SGI가 발간한 보고서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한국이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양극재와 배터리 셀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으로 양극재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에코프로가 7%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LG화학 5%, L&F 4%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또 한국은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에 리튬을 더해 만드는 삼원계 양극재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세계 수출의 76.8%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셀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전체의 62.6%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기업들의 시장점유율도 23.8%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기업들이 세계 10대 배터리 기업에 포함돼 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이 상당 부분 공급하는 핵심 광물 자원의 경우, 실제 매장량은 중국 이외 국가에 분산돼 있어 중국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하고 있는 리튬의 경우 중국 매장량은 전세계 매장량의 6%에 불과하며, 가장 매장량이 큰 국가는 호주다. 이외 코발트는 콩고,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가장 높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상의 SGI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EU 등 해외 주요국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문제는 글로벌 공급 내 저조한 위상…글로벌 공급망 주도 전략 필요 

시장 점유율 대비 매개중심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 사진은 리튬이온전지의 매개중심성 도표. (출처=대한상공회의소 SGI)/그린포스트코리아
시장 점유율 대비 매개중심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 사진은 리튬이온전지의 매개중심성 도표. (출처=대한상공회의소 SGI)/그린포스트코리아

다만 대한상의 SGI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내 한국의 위상은 한국이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상의 SGI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공급망 내에서의 중계역할을 측정하는 지표 ‘매개중심성’을 계산해 국가별 공급망 위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매개 중심성이 높아 공급망에서 위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중국이 수출액 1위, 한국이 수출액 3위를 기록했으나, 매개중심성은 중국 7위, 한국 21위에 그쳤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삼원계 양극재의 경우, 한국의 매개중심성은 전세계 7위로 수출액에 비해 매개중심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전세계 2위, 매개중심성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경훈 대한상의 SGI연구위원은 “한국은 수출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다양한 국가들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공급망에서 위상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상의 SGI는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을 높이고 배터리 무역의 對중국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 광물 5대 품목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SGI는 우선 국내 생산 강화를 위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4%에 달하지만 대부분 해외생산으로, 국내 생산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수요를 담당하는 전기차의 국내 생산이 이뤄져야 배터리의 국내 생산 확대가 가능한 구조지만, 국내의 경우 전기차 세계 생산 비중(3.9%)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상의 SGI는 소재·부품과 광물 중에서 가능한 부문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수입 다변화를 통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세액 공제 직접 환급제 도입 ▲국내 마더팩토리 구축 ▲해외광물 개발을 위한 민관협력 체계 설립 ▲기업기술 개발 촉진 등을 제시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력 증대와 중국의 광물 의존도 해소 및 배터리 산업 기술 개발을 강조한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인조흑연과 이를 활용한 음극재, 수산화리튬 등의 국내 투자 및 생산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한국이 이들 품목의 공급기지가 되도록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 저렴한 가격과 안정성이 개선된 인산철 배터리 체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기술 발전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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