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산업계 전기화 핵심…전력 사용량 증가 불가피
산업계, 가격뿐만 아니라 무탄소·안정적 공급가능한 에너지 필요

기업들의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전력사용 증가 폭이 현재의 3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용 에너지의 탈탄소화와 안정적 공급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들의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전력사용 증가 폭이 현재의 3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용 에너지의 탈탄소화와 안정적 공급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2050 탄소중립 목표 대응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이 현재보다 3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5일 ‘기업의 탄소 대응 및 전력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전기화가 주목받으면서 2050년 기업별 탄소중립 이행 기간 중 전기사용량은 최근 5년 연평균 증가율 대비 3배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계는 가격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전력의 탈탄소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상황이며, 관련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탄소중립 이행 위해 불가피한 전기사용량 증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기화로 인한 전력사용량 증가가 불가피한 산업계.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기화로 인한 전력사용량 증가가 불가피한 산업계.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50년까지 기업별 탄소중립 이행 기간 중 전기사용 증가율은 연평균 5.9%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2.2%보다 2~3배가량 높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간단하다. 기존의 공정, 난방, 자동차 등에 쓰이던 화석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로 인해 전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IPCC는 전기화를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만의 전망은 아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역시 ‘2023년 넷제로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가정했을 때 2050년 전기수요는 2022년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외에도 AI·반도체·기술의 확산 및 보급은 전기 수요 증가를 더욱 가파르게 하는 요인”이라며 “전기 수요에 맞춰 무탄소 에너지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에 대한 지원 정책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 현재는 가격과 공급 안정성 우선…에너지 탈탄소화 가장 중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은 물론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은 물론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러한 전망에 기업들의 고민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발전원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은 ▲가격(66.7%), ▲안정적 공급(21.3%) ▲친환경(7.3%) ▲사용안전성(4.7%) 순으로 응답했다. 상기 4가지 고려요인을 10점 척도로 계산해 백분위로 환산한 종합 평가에서도 ▲가격 87점 ▲안정적 공급 68점 ▲사용안전성 50점 ▲친환경 46점 순으로 나왔다.

이는 현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발전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술발달로 경계가 흐려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대체로 무탄소발전원 중 원전이 가격과 공급 면에서 강점이 있는 발전원으로 보고, 재생에너지는 친환경, 사용안전성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제품원가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경쟁력과 전력 품질을 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에너지 사용에 있어 친환경적인 부문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온실가스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환부문(37%)과 산업부문(38%)이다. 이 중 국내 에너지 소비에서 60% 이상의 에너지가 산업에서 소비되는 것을 감안하면 산업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탄소중립 이행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활동으로 에너지(전기)의 탈탄소화(40.3%)로 꼽았다. 이어 ▲공정효율화(23.7%) ▲친환경제품 생산(12.0%) ▲기타(9.0%) ▲자원순환(7.7%) ▲규제준수(7.3%)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탄소저감을 위한 글로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에너지 탈탄소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들은 유럽연합(EU)에서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탄소중립에 따른 대내외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41.3%는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환경 변화에 ‘이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고, 50.7%의 기업은 ‘아직은 아니나 앞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환경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이유를 ▲비용상승 부담(68.5%) ▲전문인력 부족(40.5%) ▲방법을 몰라서(39.6%) 등으로 답했으며, 탄소중립 대비를 위한 전력정책으로 ▲중장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유지(31.7%) ▲관련 지원정책 확대(31.3%) ▲전력가격의 적정성 유지(29.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탄소중립·디지털화에 따른 전기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품질의 충분한 전력 공급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요소가 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투자 중인 기업이 전력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중점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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