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사용 꺼리는 미국 재계…다시 등장한 ESG 퇴출·위기론
ESG 대신 책임경영·지속가능경영…ESG 경영 및 투자는 지속

미국 재계에서 ESG 단어 대신 책임경영, 지속가능 경영 등을 사용하며 또 다시 퇴출론이 등장했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재계에서 ESG 단어 대신 책임경영, 지속가능 경영 등을 사용하며 또 다시 퇴출론이 등장했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새해부터 ESG 위기론이 대두됐다. 최근 전세계 기업의 경영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던 ESG가 미국 재계에서 퇴출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기업들이 대신 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ESG경영이 퇴출된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용어에서만 변화가 있을 뿐 ESG경영과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미국 재계, ESG 언급 꺼린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9일(현지시각) 미국 재계가 ESG 대신 ‘책임경영’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컨설팅회사 테네오가 지난해 12월 조사한 자료를 인용해 미국 재계 약 8%의 최고 경영자가 ESG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으며, 나머지 기업 역시 ESG를 변경하는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금융정보업체 펙트세트는 미국 기업들이 ESG경영을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펙트세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현재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에 반영되는 미국의 500대 기업 중 보고서에 ESG경영 원칙을 언급한 업체는 61개로, 지난 2021년 4분기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2021년 4분기 기업 보고서에 ESG경영을 언급한 미국 기업은 155개 사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기업은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2022년 ‘비즈니스와 ES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지난해에는 ‘비즈니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제목을 변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최근 미국에서 각종 진보적 의제 설정 노력을 비하해 부르는 ‘워크(Woke)'의 확산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의제가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진보세력의 선동‘이라는 시각이 보수층 사이에 형성됐고, 기업들이 보수층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 투자자·이해관계자 위해 출발한 ESG, 흐름은 이어진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미국에서부터 ESG가 퇴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사실 ESG의 위기와 퇴출론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ESG는 코피 아난 前 유엔총장이 9개국 20개 금융기관과 공동이니셔티브를 구성하고, 자산운용, 증권중개 등 경제,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를 보다 잘 통합하는 방법에 대한 권장사항 개발을 목표로한다는 ‘Who Cares Wins' 보고서를 발간하며 시작됐다.

이후 해당 보고서를 기반으로 출범한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UN PRI)이 공적기금의 공공성과 장기안전성을 위해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많은 투자사들이 기업의 비재무지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ESG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UN PRI 설립 이후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ESG의 논의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경기회복 이후 기후위기에 주목한 정부와 투자사들이 다시 ESG경영을 강조하며, 최근 ESG 공시 의무화 등이 규범화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엔데믹 이후 고금리, 수요침체 등의 경제 위기 속에서 ESG는 늘 위기론을 겪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SG는 퇴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WSJ 역시 미국 재계가 ESG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뿐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연한 분석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SG는 진보세력이 만든 단어가 아니다. 이익 중심의 기업보다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투자자들이 만든 용어다. 미국의 워크와는 관계가 먼 단어다. 

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ESG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ESG 공시 의무화 등 글로벌 규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ESG경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브래드 카프 폴 웨이스 로펌 의장은 “대부분 기업은 ESG 계획에 맞춰 경영하고 있다”며 “다만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ESG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퇴출론을 일축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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