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주요 탄소배출국 NDC 추이 조사' 담은 보고서 발간
한경협 "주요국 NDC 이행 불투명… 韓 현실성 맞게 속도 조절 필요"
환경단체 "NDC 후퇴 불가, 산업계 온실가스 저감 노력 계속 해야"

주요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국내 2030 NDC 역시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주요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국내 2030 NDC 역시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계에서 우리나라의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이하 2030 NDC)가 현실에 비해 과도하게 측정됐으므로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춰 정책 방향성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4일 ‘주요 탄소 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와 같이 진단했다.

한경협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상위 주요국과 탄소감축을 주도해 온 국가들이 2030 NDC 이행을 형식적으로 책정하거나 목표치 달성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하며, “국내의 2030 NDC도 국제사회의 동향을 파악해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탄소배출 주요국, 온실가스 감축에 미적지근…2030 NDC 달성 어렵다

한경협은 24일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전망치와 2030 NDC 이행 능력을 점검한 ‘주요 탄소 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경협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올해 11월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을 앞둔 가운데 주요국의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주요국의 행동의지가 더디고, 탄소중립을 주장해 온 선진국의 행동 역시 변화했기 때문이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개해왔으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대치인 48.6기가톤(GtCO2-eq)으로 1990년대부터 연평균 1.3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감축효과가 더딘 이유는 간단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주요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는 상위 13개 주요 배출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 중 세계 1위인 중국(2021년 기준 14.3기가톤)을 필두로 미국, 인도, 러시아 등 상위 4개국의 세계 배출량이 약 50%를 상회하고 있다. 즉,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4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경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는 기대 이하 수준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2030 NDC 대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도달'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이후 국제사회의 기준인 2050년보다 10년 느린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즉 2030년까지 실질적 감축노력은 없다는 분석이다.

또 해당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 역시 2030 NDC 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이라는 2030 NDC를 설정했으나, 미국 의회의 연구조사 결과 미국의 2030년 감축은 2005년 대비 43% 감축이 최대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3위인 인도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207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2030 NDC 역시 2021년 배출량보다 상회하는 배출량을 목표로 산정했다. 4위인 러시아 역시 2060년 탄소중립을 설정하고 2030 NDC 역시 2021년의 수준을 상회하는 배출량을 목표로 설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선도해왔던 영국과 독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당면한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취해왔던 ‘탈석탄·탈화력’ 기조를 어기고 화석연료 이용을 늘리는 등 2030 NDC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9월 인도에서 개최된 G20 정상 회의에서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동의했으나 화석연료 축소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또 G20 국가 중 온실가스 감축을 법제화한 국가는 총 8개 국가뿐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구속력이 없는 ‘정책 문서’ 혹은 ‘정치적 선언’의 형태로 2030 NDC를 설정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 의지는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경협 “한국 2030 NDC, 현실성 고려해야” vs 환경단체 “탄소중립 노력해야”

이러한 이유로 한경협의 보고서는 세계 주요국의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2030 NDC 설정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2030 NDC 달성을 위해 2030 BAU 전망치 대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비율인 ‘감축격차율’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의 감축격차율은 34.2%로 G20의 평균치를 상회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감축격차율에 대해 “향후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감축여건 등 다양한 국내외 변수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배출전망치에 비해 2030 NDC 목표치를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설정한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으며, “파리기후협정의 ‘후퇴방지조건’으로 인해 2030 NDC의 목표를 후퇴시킬 수 없으나 국제 사회 움직임 변화 등을 고려해 정책 방향성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당초 낙관적인 기대와 선언과 달리 많은 국가들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계획대로 이행될지 여부가 매우 불확실해졌다”며 “현실적으로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준비해 뉴노멀이 되고 있는 이상기후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계의 이러한 시선에 대해 환경단체 등 NGO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성장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녹색 성장 기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은 2030 NDC 달성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한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 NDC의 목표치를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14.5%에서 11.4%로 약 810만 톤 축소시킨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는 “산업계의 입장만을 반영한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누구보다 탄소저감에 책임이 있는 산업계에서 2030 NDC 이행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환경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탄소중립에는 전세계가 동참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계는 흔들림 없이 2030 NDC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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