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에도 중국과 협력은 지속…韓 투트랙 전략 지속
美 '해외우려집단' 지정 예의 주시해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는 한편, 중국의 원료 공급망 확보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는 한편, 중국의 원료 공급망 확보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첨단산업의 탈(脫)중국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배터리다.

IRA이 규정하는 해외우려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 배터리 산업에서 협력 이어지는 한-중, 이유는?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LG화학.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LG화학.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은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이번 업무협약은 리튬 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리튬 가공, 니켈제련, 전구체로 이어지는 양극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위해 이뤄졌다.

특히 LG화학은 화유그룹 산하 유산(Youshan)과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이로써 LG화학은 모로코 공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LFP 양극재 사업에 진출하며,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LMFP 양극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과 화유그룹이 합작 건설하는 모로코 공장은 북미 지역에 공급할 LFP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미국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미국의 IRA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법이다. 특히 IRA의 핵심은 미국이나 북미,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국가 등에서 제조·생산되는 친환경제품 및 기술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산업의 역시 미국이나 북미, 혹은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제조·생산될 경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주어진다. 양사가 모로코에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다.

그러나 양사는 넘어야할 산이 남아 있다. 바로 미국 행정부가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해외우려집단(FEOC)’다. FEOC는 IRA와 관련해 세액 공제 등 혜택을 제외할 수 있는 거래 금지 단체다. 미국과 지정학적 갈등 관계인 중국, 러시아 등 국가와 기업 또는 단체 등이 해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중국 소재 기업인 화유그룹이 FEOC에 지정될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맞손을 잡은 것이다. 이에 양사는 추후 FEOC 규정에 따라 지분 비율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의 지분율을 높여 IRA 혜택을 유지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LG화학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IRA와 FEOC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SK온은 중국 거린메이와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합 합작 투자를 발표했다. 포스코 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 경북 포항 등에 니켈·전구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포스코홀딩스 역시 중국 CNGR과 1조5000억원 규모의 니켈 생산 공장 라인 신설 합작 투자 계약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과 중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성립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풍부한 원료자원과 낮은 환경규제로 원료체굴부터 정제·제련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의 부문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우 수산화리튬, 니켈 등의 주요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원료 수급 확보와 중국 기업의 IRA 우회로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IRA에 대비해 원료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의 원료 의존도는 매우 높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할 경우 핵심소재 가격이 올라 생산에 차질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관건은 '해외우려집단' 세부지침…예의주시 필요 

현재까지 IRA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 핵심광물을 미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해도 FTA 체결국이 가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이로써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으로부터 핵심소재를 받아서 사용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이는 2025년까지다. IRA는 세액공제 수혜를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 핵심광물은 2025년 FEOC에서 조달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FEOC에 따라 또 한번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경우 LG화학의 사례처럼 합작법인 지분 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도 완벽한 안전장치는 아니라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IRA의 FEOC의 명확한 세부지침이 제시되지 않아 중국 기업과 설립한 합작사에 해외우려기관 지정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추후 FEOC가 구체화될 경우 합작사도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IRA 시행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당분간 한국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역시 미국의 FEOC 지정 등에 예의주시하며, 미국 행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국내 배터리 업계 경영진들은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장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경영진들은 FEOC 세부지침안을 조속히 구체화해 대규모 투자 등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FEOC 지정 시 현재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상호의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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