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로 엿보는 전기전자업종의 온실가스 감축 어려움
RE100 이행, 스코프3 관리 등 적극적인 탄소저감 노력 필요
"기후행동에 가장 적극적인 LG전자의 사례 참고해야" 지적도

【편집자 주】 국내 산업계의 미진한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그린워싱을 감시하기 위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 지속가능발전학회, 뉴스펭귄은 ‘기업 기후행동지수’를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관들은 최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톤 이상인 기업을 ‘100만톤 클럽’이라 명명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현황을 분석한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를 보고서로 발표하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21일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양사의 엇갈린 성적표의 원인과 향후 방안 등을 조명해 본다.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는 전기전자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RE100 이행과 스코프3 관리 등을 꼽았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는 전기전자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RE100 이행과 스코프3 관리 등을 꼽았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 지속가능발전학회, 뉴스펭귄이 21일 공동으로 발표한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개 전기전자업종 기업 중 가장 낮은 기후행동 점수를 받은 곳은 ‘삼성전자‘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반도체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에 4개 기관은 전기전자업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RE100 이행, 스코프3(직접적인 제품 생산외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탄소배출량) 관리 및 불소화 온실가스(F-가스) 등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 관리 등을 전기전자업종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키로 꼽았다.

◇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넘지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드러내며 기후행동 최하점을 기록한 삼성전자.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드러내며 기후행동 최하점을 기록한 삼성전자.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보고서는 삼성계열사 4곳(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LG계열사 3곳(LG전자,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SK계열사(SK하이닉스, SK텔레콤), KT 등 10곳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책임성), 온실가스 증감률(효과성),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의 이행(적극성), 탄소집약도(효율성),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및 공개 충실성(투명성) 등 5개 영역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가장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보인 기업은 LG전자(95.8점), 최하위를 차지한 기업은 삼성전자(33.8점)로 나타났다. LG전자는 5개 영역 중 효율성을 제외한 4개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은 투명성과 적극성을 제외한 3개 영역(책임성·효과성·효율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준년도인 지난 2021년 1449만4447톤(t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평가기업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은 평가기준 연도인 2018년 대비 34.5% 증가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삼성전자보다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을 보인 기업은 LG유플러스뿐이었다.

에너지 사용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인 탄소집약도 역시 2021년 기준 72.3tCO2-eq/TJ으로 LG디스플레이(78.5 tCO2-eq/TJ)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기전자 업종 중 가장 에너지 소비가 크고 탄소집약적 제품으로 평가받는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량(웨이퍼 단위)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다.

또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전력소모량이 큰 사업으로,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스코프2) 배출이 높다. 뿐만 아니라 미세 공정이 발전할수록 전력 사용량이 증가해 지속적으로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2050 탄소중립’을 달성을 목표로 하는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고, 이행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단체와 비영리 단체 등으로부터 DS(반도체)부문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평가기관들은 “국내 시총 1위이자 글로벌 경쟁력도 뒤지지 않는 삼성전자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탄소집약적 제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에게 주어진 태생적 한계와 장벽을 인정하지만, 기업 규모, 업종 특성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2050 탄소중립, 절대적 감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00만톤 클럽 전기전자기업의 기후행동지수. (사진=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100만톤 클럽 전기전자기업의 기후행동지수. (사진=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전자업종, 온실가스 감축 성적 올려야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는 전기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RE100 이행 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기후행동지수-전기전자업종' 보고서는 전기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RE100 이행 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한편,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어떤 기업이 더 잘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전기전자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기후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전기전자산업은 우리나라 대표 업종 중 하나다. 전경련이 꼽은 7대 수출 주력 업종(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석유화학·휴대폰·자동차·조선) 중 4개 제품이 전기전자업종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전자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가전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1, 2위를 기록할 정도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 규모에 비례해 전기전자업종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업종별 온실가스 비중을 살펴보면 전자장비 제조업은 제1차 금속산업(38.2%), 화학(22.5%), 정유(9.5%) 다음으로 4위(7.7%)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배출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2021년의 5년간 온실가스 연평균 증감율을 살펴보면 전자장비 제조업은 5.5%의 증가율로 1위인 화학(5.6%)와 유사한 정도를 보였다.

결국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분석기관들은 전기전자업종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RE100 ▲스코프3 배출량 관리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 관리 등을 꼽았다.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다른 제조업과 달리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92.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제품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로 인해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것이다. 이에 분석기관들은 사용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전환이 전기전자업종의 탈탄소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경우 원자재 공급사, 부품업체, 운송 및 유통사 등 많은 협력사들의 협력으로 생산이 이뤄진다. 모든 공급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에 따라 즉 공급망 전체 분야에서 탄소중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기업의 직간접 배출(스코프 1, 2)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인 스코프3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보고서는 불소화 온실가스(F-가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관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가스는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히트펌프 및 개폐장치의 등의 냉매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공정에서 사용되는 인공가스다. 이러한 F-가스들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에 비해 양은 적지만 원단위당 온난화 효과는 매우 막대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분석기관들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F-가스 사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0대 전기전자업종 기업들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투명성 평가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실제 행동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내년에 한층 강력해진 기후공시를 앞두고, 세계 시장과 경쟁사, 공급사들은 실질적인 감축 성적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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