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삼성’ ESG·지속가능금융 확대 박차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속도 내는 ‘하나·한투·NH’

국내 증권업계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니 지난해 기준 증권업계의 ESG 채권 발행 및 인수 실적과 ESG 펀드 등 관련 상품 판매 실적을 포함하는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대체로 확대되고 있었다. 미래 먹거리인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도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선두주자들을 중심으로 순항 중이다.

증권업계의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증권업계의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 ESG2.0시대 금융투자업계 역할 ‘확대’…지속가능금융 키우는 ‘미래·삼성’

금융투자기업은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한 기업 및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중개하고, 투자함으로써 탄소중립 등 ESG 목표를 앞당길 수 있다. ESG 정보 공시의 표준화, 의무화 요구가 높아지면서 금융투자기업들의 역할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주로 ESG 관련 사업 투자액, ESG 채권 발행 및 인수액, 펀드 판매액 등을 지속가능금융 규모로 산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9개 증권사를 살펴본 결과, 미래에셋증권의 지속가능금융 규모가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부터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금융을 지속가능금융으로 구분해 집계 중이다. ESG 사업과 관련된 인수 및 주선액, ESG 펀드 및 ETF 판매액, 직접 투자액 등이 포함된다. 2022년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23조9100억원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주로 ESG 상품 판매를 지속가능금융 규모로 산출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ESG 투자 상품을 5종 신규 출시했다. ESG 펀드 판매액은 2020년 1066억원에서 2021년 1576억원으로 48%가량 늘었으나 지난해 564억원을 기록하며 64%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환경관련 투자 규모를 공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말 기준 총 3203억원을 ESG 관련 프로젝트 등에 투자했고, 2021년 발행된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1500억원)을 태양광 발전 및 풍력 발전 사업에 투입했다.

NH투자증권은 신재생PF투자(3570억원), 그린뉴딜 PEF 펀드 투자(550억원), ESG 펀드 판매(313억원), ESG채권 및 펀드 투자액(400억원)을 밝혔다. 총 6547억원 규모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ESG 기업여신(1674억원), ESG 투자(4440억원), ESG 펀드 판매액(4880억원) 등을 ESG 금융 성과로 공개했다.

키움증권 역시 관련 정보를 ESG 금융으로 묶고, ESG 펀드 판매액(1191억원), ESG 채권 발행 대표 주관 및 인수액(400억원), ESG 투자액(2115억원), ESG리포트 발간 건수(49건) 등을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ESG 프로젝트 및 관련 스타트업 투자액을 공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재생카본블랙제조사, 폐플라스틱 열분해업체 등에 33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활성탄 재생설비업체 원택그로비스에 30억원을 투자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기준 ESG 펀드 수(45개), 펀드 잔고(9123억원), 판매액(2056억원), ESG 채권 투자액(1조994억원) 등을 공개했다.

SK증권은 연도별 성과보다는 누적 기준 금액을 주로 밝혔다. SK증권의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사업PF 규모는 2015년 이후 총 1조3288억원이다. 2018년 이후 ESG채권 대표주관 실적은 약 47조원에 이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 각 사별 데이터 비교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속가능금융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상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기획팀 부국장은 “광의의 지속가능금융통계는 각 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보도자료, 뉴스 등 공개된 자료를 이용해 작성해야 하는데 공개자료에 대해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ESG 금융의 구성 항목이나 보고 형식이 자유롭고, 동일 항목도 포괄 범위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공개데이터만을 이용해 생산한 ESG 금융통계는 정확도가 낮으므로 이용 시 유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선두주자 ‘하나·한투·NH’

한편 ESG 전환과 관련해 증권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행 상황도 눈에 띄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시장과 달리 민간이 주도하며, 규제기관의 감독 없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사업 및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발행한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성장은 초기 단계다.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해 탄소배출권 인증사업을 시작했고, 하반기 중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VCM)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업무를 위주로 자발적 배출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자체 배출권 발행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성지영 우리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규제 시장(CCM)이 미성숙한 단계이고, 향후 배출권 수요 확대를 감안하면 자발적 시장의 출현은 필연적이었다”며 “신규 배출권 창출이 보다 중요한 자발적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금융사의 역할도 중개 및 파생상품 중심에서 프로젝트 기반 배출권 창출 업무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 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 업무로 보고한 곳은 총 8곳(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다.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발적 배출권 시장 중개업무를 개시했다. 방글라데시 6개 주에 태양광 활용 정수시설을 보급하는 사업을 통해 94만 톤에 이르는 탄소배출권 확보에 나섰고 이어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 CIX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인도에 260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베라(VERRA)로부터 해외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인증 받아 획득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에 국내 증권사 최초로 자발적 상쇄배출권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투자했다. 상쇄배출권은 기업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소각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탄소배출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방글라데시 6개 주에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상쇄배출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폐기물 기반 친환경 사회적 기업 포이엔(4EN)과 바이오차 생산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사업 투자 계약을 채결했다. 이번 투자로 NH투자증권은 2030년까지 총 16만7000tCO2(이산화탄소상당량)에 상당하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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