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논의 시작된 '공급망 실사'
전문가 "글로벌 흐름과 발맞춰야" vs 산업계 "과도한 규제"

18일 한국경제인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법인(유) 광장이 공동으로 개최한 ‘공급망 실사 대응 토론회'. (사진=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18일 한국경제인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법인(유) 광장이 공동으로 개최한 ‘공급망 실사 대응 토론회'. (사진=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ESG 공급망 실사’에 대해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실사의 법제화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산업계에서는 너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18일 한국경제인연합회(이하 한경협)는 ‘공급망 실사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급망 실사 지침의 법제화를 환영하는 발표와 해당 법제화가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엇갈린 발표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ESG 공급망 실사’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ESG경영이 대두되고 이를 공급망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공급망 실사다.

공급망 실사란 기업의 경영 활동 중 환경, 인권 등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리스크)을 기업, 자회사, 협력사(파트너사) 등 공급망 전체에서 식별·예방·완화하고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전체로 ESG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EU는 올해 말까지 해당 지침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이미 공급망 실사지침을 법제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해당 법률안 역시 공급망 실사를 목표로 하는 법률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망 실사의 법제화 동향과 국내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경협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법인(유) ‘광장’과 함께 ‘공급망 실사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송세련 경희대 교수(국가인권위원회 인권경영 포럼 소속)는 공급망 법제화 논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공급망 실사 법제화 소개 및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송 교수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공급망 실사는 글로벌 아젠다와 발맞춰 나가야한다”며 “특히 기업의 공급망 실사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책임이며,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공급망 실사 법제화에 있어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논의, 정부의 감독조정 기능, 정부의 지원, 제재와 처벌 등 주요 이슈가 산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망 실사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기업과 이해관계자, 시민사회 등 다양한 소통과 문제 해결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산업계, 공급망 실사는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국내외 동향 살펴야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송 교수와 반대의 입장을 냈다. ‘공급망 실사 법제화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했을 때 공급망 실사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팀장은 “공급망 실사에 대한 논의기 사직된 유럽에서도 각 단체 간 입장이 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의 부담이 무거운 만큼 법제화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발의된 국내 공급망 실사 법률안의 경우 광범위한 기준, 구속과 과태료 등 과도한 벌칙 규정이 존재한다”며 “규제가 폭증하는 만큼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유 팀장은 공급망 법제화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급하게 법제화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글로벌 규제 흐름과 이니셔티브 활동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설동근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공급망 실사에 대한 법제화 동향을 유의깊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공급망 실사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설 변호사는 “공급망 실사 법제화가 예고된 만큼 대다수 국내 기업들이 인권·환경 실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외 법률을 반영한 실사지표, 위험요인을 제거한 세밀한 공급망 실사 이행체계 구축, 이를 반영한 게획서 수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설 변호사는 “기업들은 공급망에 있어 실사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실사 객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에 맞는 공급망 실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으며 “국내 공급망 실사 법제화는 국내 기업들이 유럽과 국내의 법제화에 대응하는 이중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통합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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