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경총 등 경제계, 국내 ESG 공시 의무 2~3년 유예해야
전문가, "지금도 미국·유럽보다 늦어…완벽하지 않아도 공시해야"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이 마련되고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ESG 공시 의무화에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경제계.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이 마련되고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ESG 공시 의무화에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경제계.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경제계가 2025년 예정된 국내 ESG 공시 의무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제회계기준원(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SSB 공시기준‘이 마련됐지만, 해당 기준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만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도입 기간이 늦어진다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경제계, ESG 공시 의무화 2~3년 유예해야 

ESG 공시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ESG 공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회계기준원(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SSB 공시기준', 유럽연합(EU)의 ‘CSRD 기업지속가능성 정보공개지침’,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 등 글로벌 ESG 공시기준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특히 ISSB 공시기준은 '기후 관련 재무 공시에 대한 테스크포스(TCFD)' 공개 준수에 대한 감독기능을 이관 받는 등 글로벌 ESG 공시 기준으로 위치를 다져가고 있으며, 미국 SEC 기후공시(2024년 시작), 유럽 CRSD(2025년 공시 시작)는 미국, 유럽 관내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게도 기후 관련 공시를 요구할 전망이다.

이러한 ESG 공시 의무화 흐름에 지난 정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2025년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현 정부는 ISSB 공시기준에 대응해 KSSB를 설립하고 올해 말까지 KSSB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ESG 공시의무화를 늦춰야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달 28일 국내 100개 기업의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공시제도 기업 의견 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0%가 ‘의무공시 시기를 연기하고 책임면제기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책임면제기간은 배출량 측정과 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 ESG 정보에 대한 기업책임을 면제해주자는 뜻이다. 특히 기업들은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공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회사는 물론 종속회사의 ESG 정보를 모두 포함해 공시하는 연결기준 공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12일 ‘2025년으로 예정된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경총은 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확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공시제도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조기 도입할 경우 산업현장과 자본시장의 우려가 예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현재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 관련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국가는 금융업 중심의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정도 늦추고, 이 기간 동안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국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충실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 ESG 공시 늦어지면 투자 경쟁력 약화될 수도 

기업들은 ISSB 공시기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ESG 공시 정보는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ESG 공시 의무화를 늦추면 늦출수록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2025년 공시의무화를 해도 공시는 2026년 시작돼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1~2년 차이가 벌어진다. 이미 늦었는데 또 늦출 수는 없는 일”이라며 “ESG는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투자 경쟁력이 약화되는 리스크를 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 전문위원은 “특히 ISSB 공시기준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지속적으로 공개돼 왔고 기업과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해진 만큼, 해당 기준에 맞춘 기준 마련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ISSB 역시 국내 기업들의 우려 사항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7일 ‘국제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징동 후아 ISSB 부위원장은 “ISSB는 완벽한 공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ESG 공시라는 여정을 함께하자고 권유하는 것”이라며 “ISSB는 기업 간의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완벽하지 않아도 공시를 시작하고 솔직히 공개해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