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어 5세대까지 한발 앞선 SK하이닉스
생산능력 갖춘 삼성전자, 고객사 확보에 유리해

SK하이닉스가 최초 개발해 검증에 돌입하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HBM3E'(사진=SK하이닉스)/그린포스트코리아
SK하이닉스가 최초 개발해 검증에 돌입하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HBM3E'(사진=SK하이닉스)/그린포스트코리아

인공지능(AI)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4세대 HBM인 ‘HBM3’를 최초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5세대 HBM 개발 격차 감축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추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SK하이닉스, HBM 4세대 넘어 5세대도 리드할 것

SK하이닉스가 AI 시대에 대비해 보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즉 HBM을 강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개발에 성공하고, 성능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하는 AI 기술에는 연산시간을 단축하는 ‘컴퓨팅 파워’가 핵심기술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HBM은 대표적인 AI 필수 반도체로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개발한 HBM은 1세대 HBM, 2세대 HBM2, 3세대 HBM2E, 4세대 HBM3 순으로 개발돼 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 엔디비아에 납품을 성공하면서 경쟁사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HBM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의 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세대 HBM인 HBM3E를 개발하고, 고객사 ‘엔디비아’를 통해 성능검증에 돌입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당사는 HBM3를 독점적으로 양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성능이 구현된 확장 버전인 HBM3E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과 양산 성숙도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가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발표에 따르면 HBM3E는 AI용 메모리의 필수 사양인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켰다.

속도 측면에서 HBM3E는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 5기가바이트)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드 MR-MUF 최신 기술을 적용해 제품의 열 방출 성능을 기존 대비 10% 향상시켰으며, 하위 호환성도 갖춰, 고객은 HBM3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시스템에서도 설계나 구조 변경 없이 신제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안 벅(Ian Buck)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HPC)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간의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성수 SK하이닉스 DRAM상품기획담당(부사장)은 “당사는 HBM3E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함께 각광 받고 있는 HBM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의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됐다”며 “앞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 공급 비중이 계속 높아져 경영실적 반등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HBM 격차 추격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경쟁 우위

이처럼 SK하이닉스는 현재 앞선 기술력으로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삼성전자도 HBM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가 최초 개발했지만 2세대 HBM인 ‘HBM2'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양산하며 당시 경쟁 우위를 차지한 바 있다. 4세대부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며 경쟁에서 앞선 상황이다.

물론 현재 흐름상 HBM 5세대까지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부터 4세대 HBM인 'HBM3'와 '패키징'에 대해 최종 품질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승인은 반도체 납품을 위한 필수절차로, HBM3 납품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디비아에 납품을 성공한 바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5세대 HBM의 확장 버전인 ’HBM3P(스노우볼트)'를 공개하고, 4분기 북미 GPU 업체에 샘플을 공급한다는 계획인 반면,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의 검증에 돌입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은 대만의 TSMC가 맡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패키징해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방식이다.

반면, 파운드리 분야를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는 HBM과 GPU를 일괄 생산(턴키)할 수 있다. 실제 HBM 시장은 AI 산업과 함께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턴키 능력은 향후 수요 증대에 따른 공급안정성을 우려하는 고객사에게 큰 매력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받고 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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