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대부분 한국인, 증거도 한국에…‘불편한 법정의 원칙’ 적용

다크앤다커 키아트(사진=아이언메이스)/그린포스트코리아
다크앤다커 키아트(사진=아이언메이스)/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에서 진행중이던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법정 공방이 중지됐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는 미국 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법원은 17일(현지시각)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을 기각했다. 넥슨의 변호인측은 “한국 법원은 특정 증거를 강제로 제시하게 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소송이 미국에서 계속 진행되길 원했으나, 미 법원은 “이 사건은 한국 법에 의해 다뤄지는 게 맞다”며 거절했다.

 타라 린(Tara Lin) 판사는 “넥슨의 주장은 미 연방 및 주 소비자 보호법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또 일부 증인은 미국에 있지만, 대부분의 증인은 한국에 있고, 증거도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이 아이언메이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뜻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된 법원보다 다른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편이 적절할 경우 소송을 각하하는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른 것이다. 저작권 위반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라 스팀(steam)에서 삭제됐던 ‘다크앤다커’는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여전히 스팀에서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양사의 분쟁은 한국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아이언메이스도 넥슨의 영업방해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했다. 수원지법에서 진행중인 이 사건은 빠르면 8월 말에 결론지어질 예정이다.

‘다크앤다커’는 넥슨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아이언메이스가 개발중인 던전 크롤러 게임이다. 스팀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1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리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급부상했으나, 개발진들이 넥슨에 재직할 당시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 도용해 만들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넥슨은 2021년 아이언메이스 설립자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올해 초에는 ‘다크앤다커’가 미국 이용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에도 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스팀에 요청해 ‘다크앤다커’의 페이지도 삭제했다.

판로가 막힌 아이언메이스는 최근 국내 인디게임 플랫폼 체프게임즈를 통해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탠다드 에디션의 가격은 35달러(약 4만6000원)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아직 등급분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이용자들의 접근은 제한된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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