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50년 만기 주담대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 검토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복합적, 연령 제한 실효성 크게 없어"

오는 5월 30일 대환대출 중개 플랫폼이 공식 출시된다.(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령 제한 규제를 고려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금융권 내에서는 물음표가 나오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제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50년 만기 주담대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둬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정부 출범 이후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대출 상환 만기가 길어져 월 마다 내는 상환액 부담을 덜 수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SR이 원리금상환금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 만큼 대출기간이 길수록 대출받을 수 있는 총액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달부터 연이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달 ▲5일 농협은행 ▲7일 하나은행 ▲14일 국민은행 ▲26일 신한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고, 이달 14일 우리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달 10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79조8893억원으로 전월(679조2208억원)보다 6685억원 늘었다. 이중 주담대 잔액은 514조1174억원으로 전월(512조8875억원) 대비 1조2299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주담대로 꼽는 이유다. 

다만 금융권 내에서는 대출 증가 원인을 복합적으로 봐야한다는 관측이다. 먼저 특례보금자리론과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등도 DSR 규제를 적용 받지 않아, 대출 한도가 비교적 자유롭다. 해당 상품들도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어 주담대의 경우 만기까지 해당 대출을 유지하는 경우가 사실상 드물어 나이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규제가 완화되고 집값이 반등의 기미가 보이면서 시기 상 주담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요인도 있다"며 "주담대만 놓고 가계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기보다는 복합적인 원인들을 세밀하게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차주는 주담대 만기를 채우기 보다는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을 선호해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을 제한한다고 해도 의미가 크게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 제한 검토 소식에 금융권 내에서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연령 제한을 받기 이전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이용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 제한을 두고 역차별 논란과 함께 주거사다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34세 이하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다면 형평성 논란은 물론, 주거사다리 붕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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