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인수 과정·경영 정상화에 자금 출혈 예상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보험 인수에 뛰어들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최종 인수하고, 하나생명과 합병을 성사시킬 경우 보험 계열사 몸집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과의 비은행 경쟁 구조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KDB생명 인수를 놓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B생명은 현재 자산건전성이 썩 좋지 못해 앞서 4차례나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에 필요한 자본금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출혈도 예상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 진행도 남아 있고, 최종 매각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최종적으로 KDB생명을 인수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 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KDB칸서스밸류PEF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장사로 하나금융을 선정했다. KDB생명은 앞서 4차례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향후 하나금융은 6~7주간 실사를 진행한 뒤 매각가 등을 협상해 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 이유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계열사 중 보험사인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각각 20억원과 9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M&A(인수·합병)을 통해 보험 부문에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KB금융그룹의 KB라이프생명(KB생명+푸르덴생명)과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라이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도 M&A를 통해 생명보험 업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후 하나생명과 합병을 시킨다면 하나금융 보험 계열사의 외형이 확대된다. 하나생명의 자산총액은 약 6조원인데, KDB생명(약 16조4806억원) 자산총액과 합치면 총자산은 23조원에 달한다. 이럴 경우 하나생명은 업계 10위사인 흥국생명(약 24조7859억원)을 추격하게 된다. 현재 하나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17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와 함께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 영업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에서 KDB생명은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한 보장성보험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어,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경영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KDB생명 인수 과정·경영 정상화에 자금 출혈 예상

다만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게 될 경우 상당한 자금 출혈을 예상하고 있다.

먼저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KDB생명 지분 92.73%를 인수해야 하는데, 업계 내에서는 지분 매각가를 2000억원 수준으로 본다.

여기서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으로 맞추는 데에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올해부터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가 도입되면서 산출방식이 바뀌었다.

KDB생명은 올 1분기 킥스를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47.68%이었는데, 금융당국에 경과 조치를 신청해 산출방식 적용 유예를 허락받아 겨우 101.66%를 맞췄다. 보험사는 보험법상 지급여력비율 최저수준인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

금융권 내에서는 KDB생명이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과 조치 등을 감안하면 7000억~8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도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또한 보완자본 자금조달과 영업조직 강화를 위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KDB생명은 후순위채 529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등 모두 7450억원의 보완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KDB생명의 등록 설계사는 올해 3월 말 기준 836명으로 1000명도 못 미치면서 영업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금융권 내에선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성사할 경우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9%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금융이 KDB생명보험을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이중레버리지비율(130% 이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1조279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수 이후에도 하나금융의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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