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대구은행장 "전담 조직 설치, 시중은행 경영계획 수립"
금융권 "시중은행 전환해도 지방은행 역할서 크게 못 벗어나"

DGB대구은행 본점.(사진=DGB대구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GB대구은행 본점.(사진=DGB대구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GB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탄생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그간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독과점 체계를 깨겠다고 공언했는데, 대구은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경쟁이 될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과 여·수신 금리 경쟁을 통해 고객 편익 증진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시중은행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독과점 체계를 깨기는 무리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황병우 대구은행장 "전담 조직 설치, 시중은행 경영계획 수립"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은행은 전담 조직을 꾸려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추진한다.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2~3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대구은행은 연내 중 신청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대구에 위치한 대구은행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것과 더불어 컨설팅사와 협업해 시중은행으로서의 혁신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신용등급(AAA)은 기존 시중은행들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은 약 4bp(1bp=0.01%포인트),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높은 금리로 조달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또한 0.21배로 주요 금융지주 평균(0.32배)보다 낮다는 게 대구은행 측의 설명이다.

◇ "시중은행 전환해도 지방은행 역할서 크게 못 벗어나"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등판하다면 여·수신 상품 금리 경쟁과 함께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 금융 서비스 향상 등 은행권 경쟁 촉진을 통한 고객 편익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소외받는 중소기업들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의 독과점 체계를 깨고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이 된다고해도 기존 지방은행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이 지배적이다.

대구은행이 이미 몸집이 커진 기존 시중은행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보다 매력적인 여수신 금리 제공, 다양한 상품과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 등 차별화를 둬야하는데, 차별화를 주는 부분에서 기존 지방은행으로서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대구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 기준)은 67조원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KB국민은행(493조원) ▲신한은행(445조원) ▲하나은행(471조원) ▲우리은행(420조원)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대구와 경북 지역에 재투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대구·경북신공항사업 금융지원 등 지역 정책 산업 지원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그간 중소 기업금융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중신용등급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금융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핀테크와 혁신기업들과 협업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거점 점포 출점과 아웃바운드 영업망 확충으로 금융 사각지대도 해소에도 나선다.

대구은행 2023년 1분기 연체율 추이.(DGB금융지주 실적발표 자료 제공)
대구은행 2023년 1분기 연체율 추이.(DGB금융지주 실적발표 자료 제공)

이는 기존 대구은행이 해왔던 지방은행으로서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대구은행은 현재 중소기업 대출을 하고 있는 데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건전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올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4%p(포인트) 늘어난 0.54%를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은 중소기업 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구은행의 올 1분기 중소기업 연체율은 0.79%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0.42%p 상승했다. 대구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전년 동기보다 0.11%p 늘어난 0.60%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대출 규모가 확대된다면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인한 부실 우려도 커져 기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존 시중은행 45%, 지방은행은 60%이던 중소기업대출 비율도 이달부터 50%로 일원화됐다. 

여기서 금융권 금융사는 디지털 전환(DT)를 가속화하며, 모바일·인터넷뱅킹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이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굳이 전환하지 않아도, 전국구로 고객 유입은 얼마던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도 시중은행들의 중심으로 한 독과점 체계를 깨고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은 발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고 현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들의 차별점이 크게  없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들의 독과점을 깨는 것은 금융시장의 큰 변화가 될 것이다"며 "다만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해도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시중은행들을 상대하기에는 현재 규모면에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으로서의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며 전국구로 확대된다고 해도 지방거점 은행이라는 인식 제고도 당분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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