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사업 과점 완화 위해 신규 이동통신사 진입 예고
사태 발단 28㎓ 주파수…'투자 대비 수익성 낮아' 난관 예상

이동통신 3사가 5G 28㎓ 주파수 할당 이행에 실패하면서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한 제4 이동통신사 진입을 예고한 정부(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통신 3사가 5G 28㎓ 주파수 할당 이행에 실패하면서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한 제4 이동통신사 진입을 예고한 정부(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제4 이동통신사’ 카드를 빼들었다. 최근 정부는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018년 부과된 5세대 이동통신(5G) 28㎓ 주파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자 이를 회수해 제4 이동통신사에 배정할 것을 공표했다. 이로써 과거 정부들이 시도했던 제4 이동통신사 신설에 돌입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4의 이동통신사가 탄생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은 기지국 설치 등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에 할당하려하는 28㎓ 주파수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 ‘28㎓ 때문에’ 제대로 터진 정부와 통신사의 갈등

이동통신 3사가 5G 28㎓ 주파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3사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5G 상용화 출범 당시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것처럼 광고한 것에 대한 조치다.

이동통신 3사는 5G 서비스를 앞두고 LTE(롱텀에볼루션·4세대 이동통신)와 5G 이론상 속도 비교 기준을 LTE 1Gbps, 5G를 20Gbps로 잡고 광고한 바 있다. 5G가 LTE에 20배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 속도였다. 당시 할당받은 주파수로는 20Gbps를 달성할 수 없었다.

정부는 5G 상용화를 위해 이동통신 3사에 3.5㎓ 대역(폭 280MHz), 28㎓ 대역(폭 2400MHz)의 주파수를 배분했다. 3.5㎓ 주파수는 SK텔레콤과 KT가 각 100Mz, LG유플러스가 80Mhz로 나눴으며, 28㎓는 3사가 800MHz씩 나눴다.

이동통신 3사는 3.5㎓ 주파수를 이용해 5G 전국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이동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LTE 속도 대비 3~6배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무선통신의 속도는 주파수의 대역이 넓을수록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가 최초 설정한 목표인 20Gbps 속도를 위해서는 28㎓망을 확대해야 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3년차까지 1만5000개의 28㎓ 대역 장치를 설치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는 28㎓ 주파수 대역 투자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결국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할당된 28㎓ 주파수 할당을 모두 회수했고, 이동통신 3사는 5G 서비스에 20Gbps라는 이론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광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SKT 168억3000만원, KT 139억30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과기부는 5월 말 회수된 28㎓ 대역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신규사업자의 진입 유도를 통해 국내 28㎓ 대역 생태계 활성화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4번째 이동통신사, 28㎓ 만으로는 어렵다... ‘투자 대비 수익성 약해’

정부는 28㎓ 대역 구축을 기반으로 4번째 이동통신사를 탄생시켜 이동통신 3사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대안을 열어두고 은행·통신 시장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전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제4 이동통신사 지정을 위한 노력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역대 정부가 7차례나 시도했고 모두 실패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이동통신 사업에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이동통신 사업은 기지국 설치, 통신망 구축 등에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수하면서 통신 외의 서비스 기반까지 갖춘 이동통신 3사와 경쟁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4번째 이동통신사에 독점할당할 계획인 28GHz 주파수 역시 현재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정부는 28㎓ 대역이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을 목표로하는 6G 등 미래 통신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28㎓는 장애물을 뚫거나 피해가는 화질성이 약해 촘촘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3.5GHz 대역에 비해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28GHz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어 당장의 수익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통신 업계 관계자는 “28㎓의 경우 기지국을 약 100m마다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면 해당 단말기 부족으로 B2C(기업-개인간 거래)도 전무해 돈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간 거래도 스팟성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구축하려는 사이트 등과 협의가 필요해 현재 소구력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마땅한 기술과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6G시대를 바라보며 28㎓에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정부의 신규 이동통신사 후보는 윤곽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 통신사들의 과점을 완화하고, 통신 기술 경쟁 확대를 위해 제4 이동통신사 신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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