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출시 전부터 우대금리 조건 놓고 비판 목소리
특례보금자리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높아 ‘의미 퇴색’

코픽스 인하에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정한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정책금융상품이 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서민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이 오히려 금융 시장 혼란을 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와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장과 괴리감을 보이면서다.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1차 금리(잠정 금리)가 공시되자마자 은행·예비 가입자가 혼돈에 빠졌다. 은행들은 최종 금리 산정을 놓고 눈치전을 벌이고 있으며, 예비가입자들은 우대금리 적용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비판했다. 특례보금자리론(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대비 높게 나타나면서 서민을 돕기 위한 상품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 청년도약계좌, 우대금리 조건 놓고 원성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는 금리를 놓고 예비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가 공시됐는데, 청년도약계좌에 참여하는 11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들이 내놓은 기본금리(3년 고정)의 평균은 연 3.59%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기본금리를 선보인 곳은 기업은행으로 연 4.5%다. 이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은 모두 연 3.5% 금리를 제시했다.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 공시.(은행연합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 공시.(은행연합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득우대금리는 11개 은행 모두 0.5%이다. 은행별 우대금리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경남은행 2% ▲대구·부산은행 1.8% ▲광주은행 1.7% ▲기업·전북은행 1.5% 등이다.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는 농협·부산·광주·전북 1.3% ▲국민은행 1.25% ▲우리·하나·대구·경남은행 1.2% ▲신한은행 1% ▲기업은행 0.6% 등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정책 중 하나다.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납입하는 5년 만기 적금상품으로, 정부 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 등을 제공한다.

출시 전부터 목돈 마련을 꿈꾸는 청년들은 청년도약계좌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막상 1차 금리 공시를 본 청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본 금리 비중보다 우대 금리 비중이 높아 최고 6.0~6.5%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우대금리 조건을 보면 ▲급여이체 ▲카드결제 ▲예적금 미보유 ▲신규고객 ▲마케팅 동의 ▲주택 청약 보유 ▲지로·공과금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이에 예비 가입자들은 우대금리 적용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오는 14일 확정 금리가 공시되는데, 아직까지 은행들은 치열한 눈치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금리 비중을 늘리고, 우대금리 비중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대금리 조건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최종 금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리를 어떻게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고 금리를 제시한 은행으로 가입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를 우려한다. 또 다른 은행권 한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가 정책금융상품이라 은행들이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다만 향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했을때 소수의 은행에 가입자가 몰리면 역마진이 심화해 은행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특례보금자리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이어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실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의 평균금리는 연 4.26%로 나타났다. 일반형 평균금리는 연 4.35%, 우대형 평균금리는 연 4.18%이었다. 반면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월 기준 연 4.19%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주택금융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실수요자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시된 상품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유효 신청액은 지난달 말까지 약 24조9000억원(약 10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총 신청액 36조7000억원(16만1000건)에서 주택 가격 등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신청을 제외한 금액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높아진 역전 현상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금리가 오르면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5개월 연속 동결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자 주담대 금리도 자연스레 내려간 영향이다.

이달 신청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일반형(주택 9억원 이하·소득 연 1억원 초과)이 연 4.15∼4.45%, 우대형(주택 6억원 이하·부부 소득 연 1억원 이하)은 연 4.05∼4.35%가 적용된다. 이달 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가 연 3.910∼6.987% 수준으로, 하단이 연 3%대에 진입했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높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금리가 더 낮은데,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의미가 없다"며 "향후 기준금리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특례보증자리론 금리도 추가 인하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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