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지만 DSR 규제 제외되자 중·저신용자 이용 늘어
고금리 부담에 연체증가, 부채 악순환 반복우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와 연체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유지할 전망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와 연체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유지할 전망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지속하면서 이 규제에서 제외된 현급서비스와 리볼빙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DSR규제로 저금리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의 이용이 늘어난 탓으로 앞으로 이들의 빚 상환 부담이 오히려 가중될 수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행 DSR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쪽으로 금융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아파텔 등 일부 미세조정이 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지급 여력 대비 대출의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SR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DSR 규제는 총대출액 1억원을 넘긴 모두 차주에게 적용된다. 차주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 소득 대비 일정 비율(1금융권 40%·2금융권 5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유지하는 데 힘을 싣는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5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이다.

금융권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금융권 연체율은 은행이 0.33%로 지난해 말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5.07%(1.66%p↑) ▲상호금융 2.42%(0.90%p↑) ▲카드사 1.53%(0.33%p↑) ▲캐피탈 1.79%(0.54%↑) 등이다.

◇ DSR 규제 제외되는 '현금서비스·리볼빙' 내몰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DSR 규제가 중·저신용자들의 빚 상환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 규제로 돈줄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은 DSR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상품인 카드사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2021년 카드론이 급증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카드론은 지난해 1월부터 DSR 규제에 포함됐다.

(단위=억원)
(단위=억원)

실제로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금액은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업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63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6조4632억원) 대비 1684억원 늘었다. 카드사 9곳의 4월 기준 리볼빙 이용액(결제성 이월잔액)은 7조2775억원으로 전년동기(6조3411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은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리볼빙 등 고금리 상품으로 내몰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고금리 대출로 인한 연체가 발생할 경우, 가계신용 부실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이자상환부담과 소비의 변화’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표본자료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금리가 1%p 오르면 차주의 DSR은 1.94% 높아졌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1%p 인상에 따른 DSR 변화는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65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향후 대출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이로 인한 이자상환부담의 가중은 민간소비에 하방 합력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각 연령마다 소비 여력·연체 위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환대출 서비스에 DSR 규제 적용, 실효성 의문

원리금 상환 DSR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범한 대환대출 서비스도 DSR 규제에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대환대출 서비스는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이 현재 금리보다 낮은 금리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서비스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면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대출이 DSR 규제를 충족하더라도, 소득이 줄었다면 대환대출 시 변경된 DSR 규제가 적용돼 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유지하는 큰 이유는 '건전성'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나 연체율 상승을 두고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면서도 DSR  규제를 유지하는 건 건전성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DSR 규제로 인해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들이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게 될 경우 빚(부채)은 빚대로 늘어나고, 고금리 상품이라 연체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며 "이럴 경우 DSR 규제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시장에서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DSR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해 금융당국도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는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권 내에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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