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암울', 연체율 증가·건전성 악화 개선
상업·한일은행 계파 간 갈등 해소…조직문화 쇄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자인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자인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우리금융그룹 제공)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기업금융 명가(名家) 부활에 도전한다. 줄어드는 순이자마진(NIM)을 되살리고, 경영 안정성을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제고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연체율 증가를 비롯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지면서 취임 후 경영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 조 내정자는 오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업무를 시작한다.

자추위는 선정 이유에 대해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방침에 따라 은행장 선임기준을 ‘영업력’에 최우선적으로 뒀다”며 “선임 기준에 따라 조 후보가 경쟁력 있는 영업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4대 시중은행 중 순이익 가장 낮아, NIM도 하락

기업금융 명가를 이뤄내기 위한 조 내정자의 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으로 지목된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86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도 시급하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비이자이익 비중은 10.3%로, 4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5%로, 지난해 4분기(1.68%) 대비 0.03%p(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수치인 1.69%보다 낮다.

우리금융그룹 실적 팩트북.
우리금융그룹 실적 팩트북.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연체율 증가와 함께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요주의여신은 올 1분기 약 10%(2091억원) 증가했다. 요주의여신은 총여신 중에서 1~3개월가량 연체된 채권을 말한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 전 단계로 금융사의 리스크를 가늠하는 지표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 4분기(0.22%)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은행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보면, 1분기 말 우리은행은 16.33%로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 자본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충당금 795억원을 적립했지만, 4대 시중은행 중 충당금 적립 비중이 가장 낮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충당금 적립 비중은 총영업이익 2조1095억원 대비 3.77%를 기록했다.

◇ 상업·한일은행 계파 간 갈등 해소 위한 조직문화 쇄신  

여기서 조 내정자는 조직문화 쇄신도 해야한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통합 출범했다. 이후 평화은행을 합병하고 2002년 5월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상업은행 출신 4명, 한일은행 출신 3명, 외부 출신 3명이 은행장을 지낸 바 있다. 조 내정자는 상업은행 출신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이같은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상업·한일은행 계파 간 갈등은 인사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며 "인사의 투명성,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새로운 선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추위는 "그동안 우리은행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던 점을 지적하고, 조 후보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안을 함께 도출하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온화하고 봉사하는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조 내정자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며, 임종룡 회장님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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