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세 둔화,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감↑
"포용금융 확대로 시중은행과 차별화 있어야…향후 고민 커져"

포용금융을 외쳤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으로 운용해 자산 건전성을 먼저 확보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인 포용금융 역할이 희석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인터넷은행 3사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 둔화

(자료=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1분기 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5.7%, 케이뱅크 23.9%, 토스뱅크 42.06%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전 분기 대비 0.3%p(포인트), 1.69%p 각각 증가했지만, 케이뱅크는 1.2%p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는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이 카카오뱅크 2.2%p, 토스뱅크 1.37%p, 케이뱅크 0.4%p를 각각 기록했다. 올 들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 폭이 감소한 셈이다.

그간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고객에 대한 대출 확대를 통해 포용금융을 외쳐왔다. 또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통해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넷뱅크 5주년: 뉴뱅킹, 메이크 머니-내 손안의 은행에서 모두의 은행으로 점프업‘ 토론회에서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인터넷뱅크의 당초 출범 취지였던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혁신을 향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중·저신용자 및 혁신산업 대출 등 기존 은행산업에서 소외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은행 3사, 연체율 증가에 자산 건전성 악화

(자료=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온 인터넷은행들은 동반된 연체율 증가에 자산 건전성 악화 늪에 빠졌다. 고신용자 대비 상환능력이 약한 중저신용자 대출은 부실채권 비율도 높은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이 1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6%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1123억원, 966억원으로, 126%, 957% 증가했다.

연체율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분기 0.26%에서 올해 1분기 0.58%로 0.32%p 올랐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0.48%에서 0.82%로 0.34%p, 토스뱅크는 0.04%에서 1.32%로 1.28%p 상승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도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이 522억원으로 전년 동기(350억원) 대비 20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대손충당금전입액이 612억원으로, 전년 동기(207억원) 대비 3배 이상 쌓았다. 토스뱅크도 대손충당금전입액이 760억원으로 전년 동기(234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 인터넷은행 3사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면에서 지속 확대"

인터넷은행들은 포용금융 실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고객(신용점수 분포 하위 50%)에게 공급한 무보증 신용대출 규모는 7708억원으로, 고신용 대출 없이 중저신용 대출만 공급했던 지난해 1분기(6235억원)와 비교해 공급 규모가 23.6% 증가했다"며 "카카오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 대출 잔액은 3조4774억원이며 잔액 비중은 25.7%를 기록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금융이력부족 고객 등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대출공급을 적극 확대해 포용금융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2조62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32억원) 대비 67% 증가했다"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23.9%이며 지난 4월부터 5월 현재까지 약 두 달간 취급한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 고객 비중은 약 33% 수준으로 대출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대출상품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CSS 고도화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한 신용대출(무보증)의 비중이 대출 잔액 기준 42.06%를 달성, 올 1분기 말 기준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잔액 기준 총 3조1000억원에 달했다"며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제1금융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터넷전문은행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토스뱅크는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경제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은행의 건전성과 중저신용자 포용에 대한 가치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가계신용 불안과 연쇄적인 자산 건전성 악화에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에 난관이 발생할 전망이다. 포용금융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시중은행들과의 차별화와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늘려야하는 입장이다"며 "다만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포용금융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앞으로 고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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